영화 ‘사냥의 시간’의 운명이 9일쯤이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 공개 발표 이후 후폭풍을 맞이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았던 ‘사냥의 시간’의 타임라인을 정리해본다.

사진=싱글리스트DB

지난 2월 ‘사냥의 시간’은 한국영화 최초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갈라 스페셜 섹션에 초대됐다. 개봉 전부터 영화제 초청 소식과 함께 ‘파수꾼’ 윤성현 감독의 9년만의 복귀작, 이제훈과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 박해수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예비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사냥의 시간’은 2년 전 촬영을 끝냈지만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걸려 2020년 개봉 직전까지 오게 됐다. 어떤 작품이 나오게 될지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리틀빅픽처스는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잠정 연기한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3월 개봉작들이 연이어 개봉을 뒤로 미뤘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3월 23일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중대 결정을 내렸다. 바로 ‘사냥의 시간’의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직행이었다. 일부 예비 관객들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환영했고, 다른 예비 관객들은 극장에서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사냥의 시간’ 논란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를 맡고 있는 콘텐츠판다가 “리틀빅픽처스의 넷플릭스 계약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콘텐츠판다는 이미 해외 수십개국에 ‘사냥의 시간’을 판매했고, 리틀빅픽처스가 넷플릭스 공개 발표를 하면서 해외 영화사로부터 극심한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 밝혔다. 리틀빅픽처스가 이중계약을 했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컷

리틀빅픽처스는 공식입장을 통해 “이중계약은 전혀 터무니 없는 사실이다”며 “충분한 사전협상을 거쳤다. 일방적인 통보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콘텐츠판다와 리틀빅픽처스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갔다.

결국 법정 소송은 진행됐다. 4월 8일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전했다. 다만, 넷플릭스 공개 관련이 아닌 해외 판매 문제 때문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9일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상영금지가 아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다”고 전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가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처음이다. 한국영화 극장 개봉 예정작이 OTT로 직행하게 된 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선례인지, 나쁜 선례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지만, 이번 법원 판단 결과를 통해 ‘사냥의 시간’의 운명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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