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그 시대의 감수성을 그대로 담아낸다. 때문에 영화관이라는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작품을 선택하는 영화와 비교했을때 조금은 더 엄격하게 사회적인 기준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인기 드라마들이 연이어 논란에 휩싸였다. 젠더 이슈는 물론이고, 시대상을 역주행한다는 지적이다. 드라마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시청률을 가장 1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TV라는 매체로 소비자인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적인 책임 역시 등한시 할 수는 없다. 

 

사진=JTBC

♦︎ 잘 나가던 ‘부부의 세계’, 폭력적인 연출→작위적 꽃뱀 설정

‘부부의 세계’는 최고 시청률 22%를 돌파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따지고 있다. 화제성 지수 역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 중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당초 6회까지 19금 판정을 받았던 ‘부부의 세계’는 7회부터 15세 시청가로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회에서는 충격적일 정도로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극중 지선우(김희애)가 박인규(이학주)로부터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는 장면에서 1인칭 시점으로 화면에 묘사됐기 때문. 고통스러워하는 지선우의 얼굴이 그대로 화면에 옮겨진 것은 물론, 발로 걷어 차이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처지는 모습이 범죄자의 시점으로 시청자에 전달됐다.마찬가지로 8회 방송에서 20대로 추정되는 레스토랑 여직원이 유부남인 손제혁(김영민)에게 접근하는 과정도 지적이 나왔다. 40대 손제혁에게 접근한 20대 서버라는 설정 자체가 남성의 판타지에나 등장할 법한 억지 설정인 데다, 그에게 명품 ‘백’(bag)을 요구하며 논란이 일었다.

물론 남자의 재력을 기대하는 여성 캐릭터 설정이 ‘부부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극적인 연출을 위해 불필요한 연출을 한 것도 모자라, 작위적인 설정까지 더해지며 여성 혐오라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뒤를 잇고 있다. 밀도 있는 스토리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부부의 세계’가 웰메이드로 가는 길에 불필요한 잡음을 만든 꼴이 됐다.

 

사진=SBS

♦︎ ‘더 킹’ 김은숙 작가, 시대상 역주행하는 여성 캐릭터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대한제국 최초이자, 최연소 여성 총리 구서령(정은채) 캐릭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은 거의 매번 반복돼왔다.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캔디 혹은 신데렐라형 여성 캐릭터가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는 전개로 로맨스를 꽃피워 왔다.

구서령은 캐릭터 설정 자체가 이혼으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고,  지적인 외모와 유려한 언변 등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문제적 인물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진짜 문제로 삼은 부분은 여성을 바라보는 구서령의 태도와 인식에 있었다. 대한민국이 아닌 대한제국 여성 총리라는 설정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와이어가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줘서”라는 대사는 탈코르셋과 노브라를 외치는 시대상과 너무나 먼 지점에 있다.

또 구서령이 첫 등장 이후 정무적 능력보다는 황제인 이곤(이민호)와의 스캔들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 여기에 이곤에게 연인이 생긴지 의심하며 “어려? 예뻐?”라며 견제한다. 여성이 여성을 바라볼 때조차 나이와 미모가 앞서는 이른바 ‘여적여’의 시선이 오롯이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KBS

♦︎ ‘한 번 다녀왔습니다’, 주말 가족극에 성 상품화 논란

황금 시청률 편성으로 불리는 KBS 주말극도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특히나 ‘오 나의 귀신님!’, ‘역도요정 김복주’, ‘아는 와이프’ 등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온 양희승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유흥업소 생활을 청산하고 김밥 가게 사장님이 된 강초연(이정은) 캐릭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어릴 적 버려져 스님 손에 자란 강초연은 사회에 나와 유흥업소 생활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이주리(김소라), 김가연(송다은)과 함께 시장에서 김밥 가게를 오픈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가게가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직원들의 미모 때문이었다. 손재주 없는 강초연이 만든 김밥은 맛이 형편 없지만,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이 호객행위에 나서자 남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주변 상인들이 이를 두고 지적을 하자 “술 파는 것도 아닌데”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논란이 됐다. 가족들이 다함께 보는 주말드라마가 성상품화를 오롯이 담아낸 것. 결국 해당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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