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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노트] "드라마가 CF 수준"…'더 킹', 무엇을 위한 PPL인가

방송프로그램, 특히나 드라마에서 PPL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런 PPL들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는가 하는 것은 제작자의 입장에서 늘 꼬리표처럼 따르는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PPL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센스있게 극에 묻어나도록 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에 실패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연출 백상훈, 정지현/극본 김은숙) 역시 PPL의 마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더 킹'은 총 제작비가 웬만한 영화보다 더 많은 3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제작비 회수'를 명목으로 여러 곳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이런 사항을 인지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는 드물 것이다. 때문에 'PPL스러운' 장면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심각하게 거슬리는 정도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더 킹' 속 PPL은 제작진의 '고민' 여부에 의문점을 갖게 할 정도로 성의도,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도 없다. 

# 해도해도 너무한 PPL 비중

'더 킹'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숱한 인기작을 탄생시킨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당초 김은숙 작가는 'PPL의 여왕'이라 불릴정도로 PPL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재치있게 녹여내기로 정평이 나있다.

실제 전작인 '미스터 션샤인'이나 '도깨비'에서는 협찬 제품을 적절히 서사에 활용해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풀어내기도 했다. '도깨비' 김신(공유)이 과거 한 소년을 도와주기 위해 건넨 '기회'를 샌드위치로 표현하거나, '미스터션샤인'에서 유진 초이(이병헌)와 애신(김태리)의 감정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오르골처럼.

하지만 '더 킹' 속 PPL은 그 반대였다. 커피, 김치, 배달앱, LED 마스크, 마른안주까지. 모두 한 회에서 나온 PPL 제품들이다. 대한제국이라는 세계관에 있는 황제가 외부인이 사온 시판 김치를 아무런 의심없이 덥썩 집어먹는 일은 예삿일이다. 설정 정도는 무참히 무시할 정도로 성의없이 넣었다는 의미다. 

뿐만아니라 이런 제품이 등장할때마다 카메라는 제품의 전면이 잘보이도록 수십초 동안 클로즈업을 한다. 작중 서사와 무관한 클로즈업신의 남발은 드라마를 위해 PPL이 존재하는건지 PPL을 위해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에 휩싸이게 만든다.

만약 이런 장면들이 한시간 남짓한 드라마 한 회에 수차례 등장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한 회가 아닌 매 회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것이다. 아무리 둔한 시청자라도 드라마에 집중할까 싶을때마다 수시로 등장하는 PPL에 결국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더 킹'의 현 시점이다.

# 노골적인 멘트, CF찍는 배우들

과거 SBS '당신의 여자'에서 등장했던 공기청정기 PPL은 아마 모르는 이들이 드물 것이다. 당시 문제시 됐던 것은 극중 마동희(노현희)가 "요즘 황사가 얼마나 심한데, 내 예민한 피부 좀 생각해줘"라며 공기 청정기를 작동하는 장면이었다. 직접적으로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설명하는 듯한 대사로 시청자 게시판에 비난 폭탄을 안겨줬던 이 장면은 최근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머로 화두될 정도로 인상깊게 남았다.

하지만 '더 킹'에 비하면 이 장면은 애교 수준이었다. 극중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은 조영(우도환)이 대한민국에서 사온 커피를 들고 "황실 커피랑 맛이 똑같다. 첫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하다"며 직접적인 감상을 전하다. 물론 이 커피 역시 PPL 제품이다. 카메라는 커피의 상표가 잘 보이도록 잡아주기까지 한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정태을(김고은)은 장미카엘(강홍석)이 보는 앞에서 립밤을 꺼내 바른다. 장미카엘은 "그 신문물은 뭔데 얼굴, 입술 다 바르냐"고 묻고, 정태을은 "애들 앞에서는 멀티 밤도 못 바른다더니. 이거 하나면 다 돼"라며 카메라 앞에 립밤을 들이민다. 마치 홈쇼핑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들은 놀랍게도 모두 한 회에 등장한 것이다. 이후 차 안에서의 '협찬 김치 먹방'까지 선보이며 PPL의 정점을 찍는다.

수시로 PPL 장면이 등장하는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데, CF 수준의 노골적인 광고성 멘트는 극의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수준이다.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보라고 하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드라마 속 과한 PPL은 꾸준히 문제시 돼 왔다. 당초 방송법 상에는 'PPL로 인해 시청자의 시청 흐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규정돼 있고, 최근에는 PPL과 관련된 법정제재까지 이뤄진 사례도 등장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제작비 충당을 위한 일이라 하더라도, 결국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제작의 의미가 없다. 도가 지나쳐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독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11.4%로 출발했던 시청률이 최근에는 6%대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만큼, 조금 더 시청자를 배려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나연 기자  delight_m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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