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새 영화 '박열'과 전작 '동주'는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하다. 일제에 저항한 실존인물들을 다뤘다는 점 이상으로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진다.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관객이라면 공감할 10가지를 짚어봤다. 

 

1. 일제강점기 실존인물 

'박열'의 배경은 1920년대 중기, 일본 도쿄다. 3.1운동을 계기로 한인 학생들 사이에선 민족주의적 투쟁과 함께,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아나키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열(1902~1974) 역시 아나키스트다.

윤동주의 문학세계와 당시의 독립투쟁을 그려낸 '동주'의 경우 1930~1940년대 후기가 배경으로, 저항운동의 기세가 꺾였던 시기다. 윤동주(1917~1945)는 민족의 참담한 현실에 괴로움을 느끼며 스스로를 부끄러워한다. 

2. 흑백 vs 컬러 

'동주'가 흑백영화로 주목받았다면, '박열'은 컬러 영화로 강렬한 붉은색을 활용한 포스터 등이 인상적이다. 

3. 싱크로율 100% 캐스팅 

이준익 감독은 실존인물과의 내·외면적 싱크로율을 생각해 '동주'와 '박열'의 주인공들을 캐스팅했다. 

<박열> 캐스팅 "이제훈은 본인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뜨거운 불덩이를 뿜어내는 배우인데, 그 모습이 박열과 닮았다. 최희서는 완벽한 일본어뿐 아니라 연기, 자세, 능력 등 모든 능력이 뛰어난 배우로 다른 캐스팅 대안이 없었다."

<동주> 캐스팅 "강하늘은 '동주'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로 외모가 윤동주 시인과 닮았을 뿐 아니라 윤동주의 시에서 나오는 내면이 강하늘의 내면과 많이 닮았다. 박정민은 연기력이 이미 검증된 배우이자 그의 뜨거운 청춘과 투지가 송몽규와 같다."

 

4. 또다른 주인공, 몽규와 후미코 

'동주'의 주인공은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이자 친구 독립운동가 송몽규, '박열'의 주인공은 박열과 그의 연인이자 동지 후미코다. 영화 후반부에는 이들의 실제 사진이 등장하며 철저한 고증은 물론 감동을 더한다. 

5. '동주'의 친구들, '박열' 동지로  

'동주'에서 각각 쿠미, 고등형사 역을 맡았던 최희서와 김인우는 '박열'에선 가네코 후미코, 미즈노 렌타로 역을 연기했다. 차분했던 쿠미는 강인하고도 순수한 후미코로, 윤동주와 송몽규를 신문했던 고등형사는 조선인 학살사건을 일으킨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가 됐다.

동주'의 친구들 역시 '박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처중 역을 맡았던 민진웅은 동료 아나키스트 홍진유 역으로 출연하며 문익환 역을 맡았던 최정헌은 동료 정태성 역을, 조선 유학생을 연기했던 정준원은 김중한 역을 연기했다. 

6. '자화상'과 '개새끼'

'박열'에는 시 '개새끼'가 등장한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이는 1922년 일본 유학생들이 펴낸 잡지 '조선청년'에 박열이 기고한 시다. 양반의 가랑이 아래서 오줌을 맞지만 똑같이 오줌을 갈길 수 있다는 뜻으로 패기 넘치는 박열을 짐작케 한다.

'동주'에도 '참회록'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다양한 시가 등장한다. 강하늘의 내레이션으로 담담하고 잔잔하게 영화 전반에 울려퍼지며 특별한 감상을 선사했다. 

7. 조력자 쿠미와 이석 

'동주'의 학생 쿠미(최희서)는 윤동주의 시집 발간을, '박열'의 기자 이석(권율)은 박열의 재판이 화제가 될 수 있게 돕는다. 쿠미는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이석은 실제 조선일보 특파원이다. 이석은 당시 박열의 재판 모습을 기사에 상세히 보도했다.

8. 신윤주 vs 윤슬 

'동주'에는 윤동주와 함께 문학 활동을 하는 친구로, 가상의 인물인 이여진이 등장한다.  신인 신윤주는 짧은 비중 속 독특한 존재감을 남겼다.

'박열'에서는 배우 윤슬이 일본인 아나키스트 니히야마 하쓰요 역을 맡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윤슬 또한 인상깊은 배우로, 그는 연기뿐 아니라 '박열'에 필요한 일본어를 가이드 작업하기도 했다. 

9. 저예산·한달 촬영

'동주'는 2015년 3월 21일 촬영을 시작해 4월 25일 마무리(19회차)했다. 제작비 5~6억의 규모로 전국 116만 관객이 관람하며 손익분기점(27만)을 훌쩍 넘겼다.

'박열'은 2017년 1월 9일 크랭크인해 2월 17일 크랭크업(24회차 촬영)했다. 제작비는 26억원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저예산으로 찍은 이유로 "적은 예산으로 찍는 게 목표였다. 실존 인물을 고증하고 이들의 진심을 전하는 데 화려한 볼거리와 과도한 제작비는 방해가 된다. 최소한의 조건으로 당시 그들이 가졌을 진정성에 깊숙이 들어가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10. 개봉 시기

'동주'와 '박열'은 개봉 시기 역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2월 개봉한 '동주'는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겨울 극장가를 사로잡았고, 생동감 넘치고 혈기왕성한 청춘을 경쾌한 터치로 담아낸 '박열'은 6월 개봉해 여름 관객을 만나게 됐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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