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못지 않게 트롯 열풍이 끝나지 않고 있다. 트롯 부흥의 시작을 알린 TV조선 '미스트롯'과 그 바통을 이어받은 '미스터트롯'. 방송이 끝난지 3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임영웅과 영탁 등 TOP 7의 활약은 멈추질 않고 있다. 트롯과 트롯맨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지겨움의 연속이다. 

사진=JTBC '아는형님' 제공

# 틀면 나오는 트롯맨...광고, 게스트, 음악 넘어 연기까지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김호중, 이찬원까지 TOP7이 출연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없다. 

이들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와 '뽕숭아학당'은 트롯팬들을 위한 서비스같은 프로그램이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열일중인 이들의 노력을 폄하할 순 없다. 

게다가 동시기 핫한 인물들을 섭외해 프로그램 화제성을 높이려는 방송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만 게스트가 필요한 프로그램은 어디라도 나오는 요즘을 보면 다소 억지스럽고 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사진=TV조선 제공

대표적으로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는 부부의 일상을 엿보는 프로그램 취지에서 벗어나 아예 '트롯의 맛'이라는 코너를 만들어버렸다. 정기적으로 정동원과 남승민 등이 출연하며 매회 에피소드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JTBC '아는형님'에서는 무려 3주 분량으로 내보내며 시청률은 챙겼지만 非트롯팬 시청자들에겐 반발을 사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뭉쳐야 찬다' 역시 이들을 소개하는데만 한 주 분량을 채우며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KBS2 '불후의 명곡'에서도 이들의 출연을 특집편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특별출연까지 성사됐다. 현재 방영중인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에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출연, 지난 11일 촬영을 마쳤다. 또한 영탁은 MBC 드라마 '꼰대인턴'에 직접 출연하고 OST '꼰대라떼' 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김호중과 이찬원, 김희재도 OST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SBS '트롯신이 떴다' 제공

# 너도 나도 트롯 따라하기, 다양성 상실 가속화 

문화계는 늘 성공을 거둔 선두를 뒤따르는 후발주자가 있다. 특히 방송가는 이 흐름이 더욱 거세다. 과거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의 시작을 알린 MBC '무한도전'부터 여행 예능 KBS2 '1박 2일', 쿡방 예능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이 그 예다.

방송가 입장에선 '우리도 하나 해야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안할 수 없을 터. 자연스레 트롯을 소재로 한 후발주자들이 너도 나도 스타트를 끊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유행에 맞춰 따라만드는 유사 프로그램들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SBS에선 트롯 레전드 남진, 주현미, 장윤정 등을 멤버로 꾸려 '트롯신이 떴다'를 론칭했다. 지난 3월 첫 방송 후 14%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7%대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 추이를 보더라도 이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이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사진=MBN '보이스트롯' 제공

SBS PLUS에서는 '내게 ON 트롯'을 방영중이다. 아이돌 출신 HOT 토니안, 2AM 이창민과 유리상자 이세준, 왁스 등 각 장르에서 정점을 찍은 이들이 트롯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다. MBN에선 오는 7월부터 '보이스트롯'을 선보인다.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조금씩 짜깁기해서 따라하기에 급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외 KBS는 송가인 등 '미스트롯' 주역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와 손잡고 전국 단위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전국체전' 론칭을 앞두고 있다. MBC는 올 하반기 대국민 트로트 대전을 표방하는 '트로트의 민족'과 함께 새 예능 '최애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프로듀서로 변신한 장윤정이 트로트 그룹을 만든다.

가요계 비주류로 여겨지던 트롯이 전 세대의 인기를 얻으며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 바는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끝없이 영역을 넓혀가는 트롯맨들의 행보와 유사 프로그램 남발이 오히려 문화계 다양성을 없애고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 이들의 팬들이야 반갑겠지만 모든 시청자가 트롯팬은 아니니, 방송가도 트롯맨들도 시청자의 다양하게 즐길 권리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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