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하고 착한 사람은 정말 재미가 없는걸까. 영화 '불량한 가족'을 보니 문득 나쁜 남자에 끌리는 여성의 심리를 이해할법도 하다. 착하디 착한 인물들을 예쁘게만 포장하려다보니 이야기는 밋밋하고 울림은 부족하다. 걸그룹 에이핑크 리더 박초롱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그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를 즐기기가 쉽지 않겠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고생 유리(박초롱)는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 현두(박원상)와 지낸다. 택배일을 하는 현두는 유리의 바이올린을 사주려 밤낮없이 일하지만, 유리는 심적 부담감 때문인지 연주가 쉽지 않다. 

유리는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그들로 인해 폐건물에 가게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가출 청소년 다혜(김다예)를 만나고, 다혜의 특별한 아빠 대국(도지한)과 함께 새로운 가족이 된다. 

영화는 제목과 설정에서 드러나듯 가족에 대해 말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진짜 가족간의 사랑, 서로 돕고 의지하며 탄생한 새로운 가족애, 혹은 우정. 거기에 가출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팸'을 꾸려 살아가는 이야기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한 스푼 얹었다.

완성도는 많이 아쉽다. 진부한 클리셰와 뻔한 전개, 어색한 대사, 곳곳에 드러나는 설정상의 오류가 몰입을 방해한다. 캐릭터도 밋밋하다. 주인공 유리는 그저 순진하고 착하다. 의욕도 목표도 없이 휩쓸려가니 주인공다운 힘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렇게나 예쁘고 착한데 왜 친구가 하나도 없는지, 질투 때문이라기엔 쉽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 오히려 진짜 주인공은 다혜인 것 같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혜와 대국이 가진 숨겨진 사연이 무엇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다만 이를 해소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설명적이라 아쉽다. 

볼만한 요소는 현두 역 박원상의 안정적인 연기, 도지한과 김다예의 신선한 등장, 그리고 박초롱의 얼굴. 거기에 중간중간 나오는 수려한 풍경이 시선을 붙든다. 결국 '불량한 가족'은 그다지 불량한 매력 없이 착하고 선한 인물들이 만드는 어여쁜 동화가 돼버렸다. 러닝타임 1시간 43분, 12세 관람가, 7월 9일 개봉.

사진=영화 '불량한 가족'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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