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 관전의 재미이자 성공의 법칙 가운데 하나가 심사위원들이다. 경연자들의 무대에 대한 공감 가는 감상과 전문적인 평가는 몰입도를 더욱 높이기 때문이다. 보다 심층적 이해를 위한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늘(3일) 최종회만을 남겨둔 JTBC ‘팬텀싱어3’는 최종 결승전에 오른 세 팀(라비던스·레떼아모르·라포엠)의 도전과 실험, 완성도 높은 무대 못지않게 심사위원(프로듀서) 군단의 완성형, 성장형, 재발견 등 다채로운 캐릭터로 흥미를 자아낸다. 특히 지난 시즌 심사위원인 뮤지션 윤종신,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와 바다가 빠지면서 ‘뉴페’들이 가세했고, 실력파 베이스 구본수 탈락으로 인한 심사의 공정성 시비가 돌출하기도 해 더욱 그랬다.

'성장캐'의 대표 인물은 베이스 손혜수다. 참가자 상당수가 성악가들이기에 심사위원 가운데 유일한 성악가인 그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베테랑이지만 방송은 ‘초보’인지라 시즌 1, 2에서는 발언 기회도 적었고, 전문적이긴 하나 경직된 듯 짤막한 평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즌3에선 몰라보게 변화했다. 이전 시즌에 비해 성악가 참여자가 많아진 데다 방송에 ‘적응’을 해서인지 심사평 횟수도 부쩍 늘었고, 프로페셔널한 평가로 경연자들에게 뼈 때리는 비판 및 조언을 하고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돌부처’ 별명답지 않게 흥겨운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드는 모습으로 MC 전현무의 놀림(?)을 받기도 했다. 가끔 김문정 감독과 팽팽하게 의견대립을 보이는 대목도 재미나는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시즌1부터 주목받은 김문정 심사위원은 ‘완성형’ 면모를 보였다. 클래식과 파퓰러 뮤직을 섭렵해야 하는 뮤지컬 음악감독답게 전문성을 담보한 데다 이를 대중의 언어로 쉽게 풀어낸다는 점, 경연자들의 공연에 ‘오버’일 정도로 깊이 감동하거나 눈물 흘리면서 무대 위 퍼포머들,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바투 소통했다.

'올해의 발견'은 가요 작사가 김이나와 뮤지컬배우 옥주현이다. 두 사람 모두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했다. 클래식, 팝페라와 거리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김이나는 독특한 접근법과 심사평으로 주목받았다. 작사가답게 곡의 스토리텔링, 무대의 서사에 천착하는가 하면 은유적이고 문학적 표현으로 신선한 감흥을 지폈다. 더불어 많은 음악을 들어왔음이 느껴지는 평도 예사롭지 않았다.

옥주현은 ‘흥부자’이자 ‘감성퀸’ 심사위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역으로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배우이다 보니 참가자들의 피 땀 눈물이 깃든 노래에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낼 줄 알았고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걸그룹, 뮤지컬 디바로 숱한 무대를 경험해온 내공에 걸맞게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평가도 인상적이었다.

뮤지션 윤상은 이번 시즌에도 안정적이고 편안한 면모를 보여줬다. 피아니스트 지용의 역할은 다소 아쉬웠다. 타 장르와 협업을 해온 커리어, 클래식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파격과 도전을 즐기는 젊은 연주자이기에 심사위원 역할을 맡겼을 터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그라운드는 같으나 피아노 연주 영역과 노래를 평가하는 영역은 사뭇 다른 것임이 보였다. 발언의 기회도 적었거니와 심사평도 보편적 범주에서 주로 이뤄지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시즌4가 제작된다면 참가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변화를 꾀해주기를 기대한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어울리게 클래식과 대중음악, 보컬에 대한 조예가 깊고 화술에 능한 작곡가 김형석 윤일상 조영수, 인문학 소양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진행자·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인 손열음, 클래식 음악평론가 등과 같은 인물군 기용도 검토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 JTBC '팬텀싱어3'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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