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의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MBC 시네마틱드라마 ‘SF8’이 14일 방송된 민규동 감독의 ‘간호중’을 시작으로 안방극장에 SF의 신세계를 열었다.

‘SF8’은 8명의 감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함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게임, 판타지, 호러, 초능력, 재난 등 미래사회가 우리에게 던질 수 있는 화두를 담은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러지 시리즈다.

지상파 방송 MBC와 OTT 플랫폼 웨이브(wavve),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손잡고 수필름이 제작한 ‘SF8’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를 비롯해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동시에 웨이브를 통해 독점 선공개 되자마자 2주 만에 30만명을 돌파했다.

‘간호중’을 시작으로 8주동안 매주 금요일 밤 10시10분 안방극장에 펼쳐질 SF의 세계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간호중’은 10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는 환자와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를 보살피던 간병 로봇이 자신의 돌봄 대상 중 누구를 살려야 할지 고뇌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간호중’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간병 로봇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여기에 간호중과 보호자,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한 이유영과 사비나 수녀 역의 예수정, 그리고 염혜란, 윤경호 등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최강의 흡인력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간 순삭의 매력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극중 식물인간 상태인 홀어머니를 10년째 부양 중인 보호자 연정인(이유영)과 돌봄대상 1호인 환자와 돌봄대상 2호인 환자의 딸 정인을 함께 돌보고 있는 고급형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의 케미는 강렬한 임팩트를 전달했다.

희망 없이 연명 중인 환자와 오랜 간병 생활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보호자 정인 사이에서 스스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간호중 그리고 지친 삶에서 유일하게 간병 로봇 간호중에게 위로를 받는 정인의 관계에서 오묘한 감정이 느껴졌던 것.

종이에 손을 베인 정인을 보고 곧바로 잡아당겨 입으로 가져가 “소독 완료”라고 말하는 간호중의 모습은 인간 대 로봇의 일반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관계성이 엿보인 동시에 ‘과연 인간과 AI사이에 감정 교류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요양병원을 바라보며 “다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도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하는 보호자 정인의 지친 모습에 간호중은 고민에 빠진다.

‘생명을 살리는 전화’라고 쓰여진 스티커를 발견하고 전화를 거는 간호중. “환자가 죽어야 보호자가 살아난다면, 어떡하지요?”라는 간호중의 고민 상담에 전화를 받은 사비나 수녀(예수정 분)는 “기도하세요. 아픈 거 좋아져요"라며 “로봇한테 간절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로봇에겐 없으니까요, 마음이라는 그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후 다시 연결된 이들의 통화해서 간호중은 “수녀님, 저는 이제 고통에 처한 보호자를 구하기 위해 의식 없는 환자를 죽게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고, 이에 사비나 수녀는 “그거 살인이에요”라며 막으려고 한다. 이들의 통화 장면에서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 그리고 돌봄 노동과 존엄사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오는 21일 밤 10시10분에는 노덕 감독이 연출한 ‘만신’이 방송된다.

사진=MBC '간호중'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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