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휴가지에서의 피서에 도리질을 치고 있다면, 8월 공연가로 ‘문화 바캉스’를 떠나보면 어떨까.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로 가득해 금방 휘발되는 작품들보다 생생한 현실의 모습을 곱씹을 수 있는 작품에 빠져 고민의 깊이를 키워도 좋을 듯싶다.

 

범우주적 코믹납치극 ‘지구를 지켜라’(각색 조용신·연출 이지나)는 지난해 초연에서 외계인이라는 SF 소재를 바탕으로 마음속 깊은 상처를 갖고 있는 병구와 그 상처의 원인을 제공한 강만식의 심리게임 구조를 차용해 원작 영화가 보여줬던 미스터리한 긴장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만화적이고 때로는 환상적인 분위기 연출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병구와 만식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둘의 대결구도를 발전시켰다. 병구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환경 탓에 능력을 펼치지 못한 청춘으로, 만식은 타고난 외모의 안하무인의 재벌3세로 등장한다. 병구 역 김기범(샤이니 키), 멀티 역 육현욱, 순이 역 김윤지가 초연에 이어 올해도 출연한다. 이외 병구로 박영수 정욱진 강영석, 만식으로 허규 윤소호가 출연한다. 8월10일부터 10월2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

 

남산예술센터는 ‘불편한 입장들’(연출 신재)을 오는 18일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선보인 ‘남산 아고라’의 올해 공연 ‘불편한 입장들’은 장애인 창작자와 관객 입장에서 남산예술센터를 바라보며 대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공연 당일 관람객들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모색한다. 사전 예약을 통해 모집한 150여 명 관객은 3개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오후 7시, 7시30분, 8시에 입장한다.

오후 7시 입장 관객들은 공연장을 둘러보는 투어 ‘어바웃 스테이지’를 통해 극장의 고유성과 역사성을 이해하며 7시30분 입장 관객들은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경기권역 영화관 장애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남산예술센터 시설 모니터링을 위해 공연장 곳곳을 둘러본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본 공연에선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관객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대안을 찾는다. 남산예술센터 누리집(www.nsartscenter.or.kr)을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석 무료다. 전체 관람가. 문의: 02)758-2150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극발전소301의 짧은 연극전’은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압축미와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단막극을 발굴하는 장이다. 지난해 치유와 환기를 주제 삼았다면 올해는 사랑을 주제로 한 2편(상연시간 각 40분)을 공연한다.

윤미희 작, 박복안 연출의 ‘나를 사로잡는 촌스러운 감정들’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집이 필요한 사람들 간의 계약 동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을 ‘촌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마지막에 남는 쓸쓸한 감정은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황정은 작, 김성진 연출의 ‘생각보다 괜찮은’은 비오는 밤, 여자의 친구이자 남자의 애인을 픽업하러 가는 경차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오고가는 세 사람의 미묘한 감정들이 흥미롭다. 24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 예술공간 오르다. 전석 1만원. 문의: 02)649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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