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차출거부 논란과 관련해 김연경과 이재영 간 갈등이 화제가 됐으나, 배구 팬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협회의 처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은 7일 출국 전 인터뷰에서 국가대표 차출거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엔트리는 14명이고, 다른 팀의 경우 대개 16명씩 팀을 꾸려 로테이션을 하는데 한국 팀은 13명만이 출국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제배구연맹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도 한국은 14명이 아닌 12명이 뛰었다. 

김연경은 이 자리에서 이재영(21·흥국생명)의 실명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이 들어왔어야 했다"며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지만 제재는 없다. 이렇게 하면 고생하는 선수만 고생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어 협회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협회에 큰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다. 우리도 돈을 많이 받아서 대표팀에 뛰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며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데, 엔트리와 같은 기본적인 지원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솔직히 말해서 고생만 한다는 생각만 든다"고 했다. 

앞서 협회가 국대 선수 절반에게만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고 나머지에겐 이코노미석을 주며 논란이 일었던 때에도, 해당 문제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던 김연경이기에 이같은 비판은 이례적이다.

배구팬들은 "한국 국가대표 팀만큼 혹사당하는 경우는 없다"며 협회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김연경을 비롯해 주전 6~7명이 계속해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데, 이 경우 부상당할 위험이 높고 소속팀과 국대팀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야 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다. 이런 문제가 쌓이면 팀의 성적 역시 좋지 않을 수밖에 없어, 소속팀 입장에선 굳이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며 선수를 내보낼 이유가 없게 된다.

또한 김연경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다른 국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더욱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며 체계적으로 대표팀을 운영해 발전한 경우로 태국 팀을 예로 들었다. 이는 한국 배구협회가 유망주 발굴·육성 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으로 볼 수 있다. 

김연경은 협회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으나, 현재 비난의 화살은 이재영에게 고스란히 꽂히고 있다. 흥국생명 측은 이재영이 무릎과 발뒤꿈치 등이 아파 재활치료 중이며, 9월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스컵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엔, 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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