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휘종은 ‘마우스피스’를 통해 처음으로 2인극에 도전했다. 2인극이라 대사량도 엄청 많았다. 여기에 초연 작품이라는 점이 이휘종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휘종은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성취감을 얻었다.

“이 작품을 통해 느낀 건 ‘하면 된다’였죠. 저희가 새롭게 그림을 그리면 연출자님이 그림을 정리해주시고 아름답게 터치해주셨어요. 독백은 솔직히 걱정됐어요. 생각보다 고민한 만큼 나온 것 같아요. 2인극은 색달랐어요. 뮤지컬은 보통 5인 인상으로 진행되니 제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배우들의 시너지를 통해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게 돼죠. 하지만 2인극은 제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배우에게 그 영향이 가는 느낌이었어요. 더 집중하게 되고 체력관리도 열심히 하게 됐죠.”

“1시간 40분 동안 둘만 무대에 선다는 게 처음엔 무서웠어요. 대사 틀려서 잘못된 길로 가면 누가 잡아줄지 걱정이었죠. 다행히도 연습을 많이 해서, 특히 독백 대사는 단 한번도 잊은 적이 없었어요. 이걸 내가 하다니. 역시 사람은 노력하면 불가능할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저는 평소에 대사를 잘 못 외워서 대사 모두 써봤어요. 다들 대사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제가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했지만 속으론 저도 떨고 있었어요.(웃음)”

‘마우스피스’에서 데클란은 리비를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세상에 드러내게 된다. 이휘종도 지난 4~5년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지난해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기도 했고 올해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그리고 ‘마우스피스’까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3편을 해냈다.

“저의 배우의 길을 알아준 사람은 정말 많았어요. 학교 다닐 때 판소리, 마당극 같은 걸 하면 누군가가 ‘너는 이걸 해야한다’ ‘빨리 군대 갔다와서 배우 하라’라고 했죠.. 그런 말을 들으면 살아갈 힘도 생기고 집에 가서 어머니, 반려견한테 자랑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어릴 땐 그런 달콤한 말들을 다 믿었어요. 지금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거짓말을 못 해요. 가식을 못 떨겠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좋은 말을 해주면 의심하지 않아요. 제 모습이 데클란 같더라고요.”

“신인상을 받고 거만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지난 4~5년 동안 열심히 한 것 밖에 없었거든요. 모든 스태프, 배우와 잘 지내면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솔직히 운이 좋았고 그 운과 노력이 더해져 조금씩 발전하는 것 같아요.”

이휘종은 ‘마우스피스’ 이후 9월 10일 개봉하는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로 돌아온다. 필자는 2015년 전북독립영화제에서 이휘종의 출연작 ‘소월길’을 봤다. 단편영화 ‘소월길’에서 이휘종은 작은 역할이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며 앞으로의 비상을 알렸다. 세월이 흐른 뒤 무대를 접수하며 서른이 된 그가 어떤 배우로 더욱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저는 학교 다닐 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주변에 뛰어난 애들이 많았고 유명해진 애들도 있었죠. 그저 ‘나도 언젠가는 잘하겠지’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연극은 나이 들면 잘한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상도 받고 서른이 되면서 앞으로의 제 삶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돼요.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싶은 게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더 좋아지는 연기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마우스피스’를 통해 배우 이휘종이 한층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누군가는 인생의 한달을, 1년을 기획하며 산다면 저는 일주일만 고민하면서 살아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 새로운 작품을 만나서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그 고민에 내놓은 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관객분들이 필요하죠. 이번에 공연하면서 관객분들께 선물 드려야할 것 같았어요. 옆에서 같이 공연하는 여진 선배의 눈을 보면 관객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죠. 시기가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마우스피스’가 재연된다면 제가 출연하지 않아도 꼭 보러오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관객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진=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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