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이 찾아오면서 한적하게 걷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늘고있다. 서울관광재단은 마포구 도보 관광코스 5선을 선정, 서울 도심 속 한적한 여행지를 추천했다. 대표 관광명소부터 골목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는 여행지를 알아본다.

# 도심 속 힐링 산책 '경의선숲길'

경의선 폐철로 구간을 공원화한 경의선숲길은 용산구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에 이르는 총 6.3㎞의 도심 산책길이다. 효창공원역, 공덕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가좌역 등의 5개 전철역을 지난다. 

공덕역 염리동·대흥동 구간은 왕벚나무, 산벚나무가 우거진 산책로와 운동 기구, 벤치, 분수대 등을 갖춘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 산책로 바로 옆길에는 근대한옥을 카페와 식당으로 개조한 가게가 많아 커피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대흥역 쪽 염리동은 벽화로 단장한 '소금길'이 조성돼 있다. 서강대역 구간에는 철길에서 놀던 아이들을 청동 조형물로 재현해 놓아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홍대입구역과 와우교 사이 약 250m 구간에 경의선책거리가 조성돼 경의선숲길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열차 객차 모양 건물들을 짓고, 책을 전시·판매한다.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북 콘서트와 같은 다양한 책 관련 이벤트도 진행한다.

경의선숲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홍대입구역과 가좌역 사이 연남동 구간이다. 연남동의 핫플레이스인 동진시장 골목에 닿는다. SNS 속 인기 카페와 책방,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가좌역이 가까운 연남동 끄트머리에는 복합문화 공간 다이브인, 향수 공방 가르니르, 디저트 카페 땡스오트 연남, 서점 포르트 등의 유니크 한 상점들이 성업 중이다.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늘어선 산책로를 지나면 곧 가좌역에 도착한다.

# 계단 넘어 쉼을 찾아가는 '아현동 고갯길'

아현역과 애호개역 사이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재개발 전후의 동네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근대한옥이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거나, 마을버스가 다니는 비좁은 고갯길 너머에 고속도로 같은 대로가 뻗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빛을 발했다. 영화 초반부 최우식이 동네 슈퍼에서 박서준을 만난 장면과 중반부 박소담이 복숭아를 사 들고 박 사장 집으로 향하던 장면을 아현동 고갯길에서 촬영했다. 

영화 속 우리슈퍼는 실제로는 돼지쌀슈퍼이며 박소담이 걸어 올라갔던 계단은 슈퍼 바로 옆 골목이다. 기생충이 오스카상 수상해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성지처럼 방문한다.

뉴트로 콘셉트로 공간 재생을 선택한 곳도 있다. 1958년에 지어진 목욕탕 행화탕은 재개발로 철거가 확정된 이후 몇 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예술 콘텐츠 기획사 축제행성이 '예술로 목욕합니다' 슬로건을 걸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종착점인 애오개역 부근에서는 두부 전문점 황금콩밭과 게장 정식집 아현동간장게장이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유명하다.

# 먹거리 가득 '마포나루길'

마포나루길에서는 옛 마포나루터를 찾아보고 흥선대원군과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장통 노포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소당터(아소정터)는 흥선대원군의 별장터다. 현재는 표지석만 남은 작은 공터로 변했다. 용강동 큰우물로2길 고갯길에 자리한 정구중가옥은 1920년대 지어진 개량한옥으로 추정된다. 

고갯길을 넘어 마포 사거리에 닿으면 토정 이지함(1517~1578) 동상을 만난다. 조선 중기 학자 토정은 ‘토정비결’의 저자이며, 조선 3대 기인으로 알려져 있다. 토정의 집터에는 마포 한강삼성아파트가 들어서 상전벽해를 실감할 수 있다.

마포갈비 골목을 비롯해 족발 골목, 전 골목으로 유명한 공덕시장, 도화동에 몰려있는 중식강과 떡볶이집 등을 방문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

# 나지막한 동네산책길 '성미산 동네길'

골목 여행의 묘미를 알고 싶다면 성산동을 걸어보면 좋다. 산이 성처럼 둘렀다는 뜻을 지닌 성미산은 해발 66m에 불과한 산이지만 주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명소다. 성미산 바로 아래 마포중앙도서관이 있으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의 3대 빵집으로 불리는 리치몬드 제과점 등도 방문할 수 있다.

서교동으로 넘어가면 최규하 전 대통령이 2006년 서거할 때까지 약 30여 년 동안 거주했던 단독주택이 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유품을 보존하고 거주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둔 생활사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망원역으로 가는 길에 K-POP 아티스트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비트로드를 지난다. 스타와 함께하는 영상 통화 이벤트, 팬 사인회 같은 행사를 진행하고, 음반과 굿즈를 판매한다.

망원역 2번 출구로 가면 망원시장과 망리단길로 이어진다. 식당, 카페, 생활용품점, 책방, 악세서리 숍, 빈티지 편집숍, 문구용품점 등의 상점들이 소박하게 즐비하다. 그외 망원한강공원 내 서울함공원, 합정동 양화진의 역사적 장소를 둘러보는 ‘양화진 뱃길 탐방'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 하늘과 석양이 아름다운 '하늘 노을길'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면 한강 변에 자리한 월드컵공원을 추천한다. 평화의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으로 이루어진 월드컵공원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로 걸어볼 수 있다. 다만 이 코스는 계단을 제외한 총거리가 8km가 넘고, 대부분 그늘이 없는 시멘트길이어서 다리 피로도가 높은 편이다.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쿼이아 숲길(희망의 숲길)과 난지천공원만 걸어도 충분하다. 녹음이 우거진 구간이므로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에 걷기 좋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에 오를 때는 맹꽁이전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680m 정도의 그리 길지 않은 숲길이지만 제법 운치 있어 포토존으로 소문난 곳이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 하늘공원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하늘공원 서쪽 계단이 나온다. 이 계단을 통해 하늘공원으로 갈 수 있다. 해 질 녘 전망데크에 서서 화려한 서울 도심을 구경할 수 있다.

하늘공원 서쪽 순환도로(하늘길)로 내려오면 맞은편에 노을공원으로 갈 수 있다. 캠핑장, 어린이 놀이터, 골프장, 카페 등의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다. 매점 2층의 노을전망대에 오르면 방화대교, 가양대교, 행주산성 일대의 강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서울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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