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9월 17일부터 24일까지 33개국 122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그중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직접 추천하는 놓칠 수 없는 작품을 만나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함께 해오고 있는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개막작 ‘학교 가는 길’ 등 3개의 주제로 보는 한국 사회과 아시아 그리고 정치 관련 다큐멘터리 작품 총 13편을 관객에게 추천한다.

사진='학교 가는 길' '고양이들의 아파트' 스틸컷

# 한국 사회의 풍경들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은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의 갈등을 담은 영화다. 차별과 다름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확인하면서 난개발과 불균형 개발이 초래한 욕망과 그 기원을 마주하게 한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재개발이 결정되면서 철거를 앞두고 이주가 한창인 둔촌주공 아파트에는 버려진 고양이들이 빈집과 공간을 지키고 있다. 철거와 함께 사라질 공간에 대한 추억과 켜켜이 쌓여 있는 세월, 그리고 버려진 고양이를 담담하게 포착하는 정재은 감독의 노련함과 내공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영화다.

건축 다큐멘터리를 담아온 정다운, 김종신 감독의 ‘위대한 계약: 파주, 책, 도시’는 책을 위한 도시를 꿈꾸던 사람들과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하던 건축가들이 의기투합해 형성된 파주출판도시의 시작과 형성 과정을 담아낸다. 건축 다큐멘터리 특유의 조형미를 느낄 수 있어 꼭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 사람입니다’는 혐한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가 마주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을 다루면서 동시에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두 개의 조국으로 인해 굴곡의 삶을 살아온 재일조선인의 아픈 과거를 들려준다.

사진='아수왕' '싱가포르를 꿈꾸다' 스틸컷

#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현재를 만나다

최근 중국 영화산업에서 다큐멘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그만큼 지원과 시장이 크기도 하다. 김영우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추천 리스트를 보면 아시아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의 흐름과 경향, 그리고 주요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당면한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들을 날카로운 시선과 태도로 담아낸 수작들로 형식적인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와 언어로 발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첫 번째, 알릭스 아인 아름팍 감독의 ‘아수왕’은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마약과의 전쟁이란 미명하에 자행되는 초법적인 공권력 행사는 인권침해와 무자비한 살육으로 이어진다. 괴물이 되어버린 공권력과 참혹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극영화와 실험 영화 그리고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자신만의 영화 언어를 창조해온 레이위안빈 감독이 이번엔 ‘싱가포르를 꿈꾸다’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부국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빈국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통해 이주노동자와 세계화를 담아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아시아 다큐멘터리 중 눈여겨볼만한 다큐멘터리라며 추천했다.

세 번째, 푸시펜드라 싱 감독의 ‘사막의 진주’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소년과 아버지의 아버지는 학업을 이어가기 원하지만 소년은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 꿈을 위해 시골 마을을 떠나 대도시로 향하는 소년의 여정과 인도 전통음악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네 번째, 쉬후이징 감독의 ‘달려라! 야구소년’은 베이징 외곽 마을, 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마을 출신의 아이들을 모아 만든 야구단 이야기이자 야구를 매개로 담아낸 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다섯 번째, 메흐다드 오스쿠이 감독의 ‘태양 없는 그림자’는 전작 ‘별 없는 꿈’으로 이란 교도소를 다루며 큰 주목을 받은 감독의 작품이다. 이번에도 교도소에 생활하는 여성들의 사연과 생활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여섯 번째, 제임스 렁, 린 리 감독의 ‘우리가 불타면’은 여전히 우리의 관심과 연대를 필요로 하는 홍콩이 마주하는 현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홍콩 시위를 생생하게 기록한 영상으로 ‘우리가 불타면, 당신도 함께 불탄다’라는 구호에서 유래한 제목의 작품이다.

사진='청춘 선거' '선거' 스틸컷

# 선거 VS 선거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선거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늘 흥미롭다.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가진 하나의 드라마이자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또는 선거가 지닌 한계가 열린 공간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라며 3개의 작품을 추천했다.

첫 번째, 민환기 감독의 ‘청춘 선거’는 2018년 제주도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고은영 후보와 동료들의 도전을 기록한 영화로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과 소수정당의 한계에 맞서 도전하는 이들의 맨땅에 헤딩하기와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러 갈등들이 드러난다.

두 번째는 일본의 거장 하라 가즈오 감독의 ‘레이와 시대의 반란’으로 2019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 참여한 진보 정당 후보자를 따라간다. 일본 정부에 비판적인 배우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야마모토 다로가 이끄는 선거운동을 통해 만나는 다양한 인간상과 일본 사회가 도달한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다.

마지막, 소다 카즈히로 감독의 ‘선거’는 올해 ‘소다 특별전’을 통해 5편을 소개하는 소다 카즈히로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전봇대에게도 절하기’ 전략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든 정치 초년생의 좌충우돌을 관찰하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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