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강호 필리핀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오는 20일(한국시간) 이란과 일전을 통해 14년만의 결승 진출을 노린다.

농구대표팀의 선전은 사실 예상을 넘어선 쾌거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양동근, 조성민, 문태종, 김주성 등 기존 한국 농구의 주역들이 대거 빠지면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들은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반전이 시작됐다. 조별리그에서 홈팀 레바논에 패했지만 카자흐스탄과의 2차전에서 61점차 대승을 거뒀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뉴질랜드를 잡는 이변까지 일으켰다.

자신감을 회복한 국가대표팀은 8강 결정전에서 B조 2위 일본과의 한일전을 81-68로 승리했고, 8강에서 이번 대회의 강호 중 하나로 꼽히던 필리핀을 118-86로 대파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수 개개의 능력보다도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국가대표팀은 초반의 평가를 뒤집고 당당히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사실 한국농구는 ‘과거의 호랑이’였다. 2002년과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인상적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세계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는 곧 용병 싸움이 돼 버린 KBL판에서 국내선수 ‘하향 평준화’ 논란과 골 게터 부재 비난을 야기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성과는 여전히 한국농구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국은 2년전 2015년 창사 대회에서 6위에 그친 아픈 기억을 극복해내는 계기일 뿐 아니라, 신구 조화를 이루며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8년만에 부활한 대표팀 전임감독제도의 시험무대이면서 동시에 2020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을 대비한 전초전이기도 했다. 이번 4강 진출로 여러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았다는 평이다.

여기엔 허재 감독의 공이 크다. 세 번째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그는 선수 장악부터 게임 스타일 완성 등 아시아 무대에서 한구농구의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특유의 완성도 높은 패싱게임과 빠른 공수전환, 다양한 수비전술은 호평을 받고 있다. 필리핀전 완승 이후에는 FIBA의 리뷰에서는 "한국의 폭발적인 플레이는 마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NBA)를 보는 듯 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은 오세근, 이정현, 김선형 등 20대 젊은 베테랑을 필두로 최준용, 허웅, 전준범 등 젊은 선수들이 은퇴한 노장들의 공백을 잘 메우며 세대교체의 가능성까지 보여줬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 아시아컵이 끝난 건 아니다. 심지어 다음 상대는 '아시아 최강' 이란이다.

이란은 에이스는 하메드 하다디를 앞세워 이번 대회에서 8강전까지 상대팀을 모두 모두 10점 차 이상으로 제압하며 차원이 다른 전력을 과시했다. 개막전에서 한국이 패배했던 홈팀 레바논도 8강전서 80-70으로 쓴 눈물을 삼켰다. 객관적인 전력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역시 어느 팀에게든 만만치 않은 상대다. 더욱이 지금까지 분투해온 대표팀의 열정과 열심은 결과를 떠나 충분히 긍정적이다. 과연 한국 대표팀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사진출처= FIBA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