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61) JTBC 보도부문 사장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등장하는 인물, 신동호(52) 아나운서다. 의아스러울 수도 있으나 MBC 내에서 밟아나갔던 궤적에서 공통 부문이 적잖아서일 거라 짐작해본다.

 

 

손석희 사장은 1984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91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7년 선후배 사이다. 손 사장은 입사 3년 만에 ‘뉴스데스크’ 앵커로 발탁되며 일찌감치 출세가도에 올랐으나 1992년 10월 MBC 파업 당시 노동조합 쟁의대책위원을 맡아 사측과 치열하게 싸우다 결국 구속돼 20여일간 옥고를 치렀다. 잠자리 안경을 쓴 그가 푸른 수의와 포승줄에 묶인 채 활짝 웃는 사진 한 장은 그를 정의롭고 꼿꼿한 ‘국민 언론인’으로 만드는 변곡점이 됐다.

신동호 국장은 MBC 입사 이후 호감 가는 마스크와 서글서글하면서 친근한 진행 덕에 뉴스보다는 아침 프로그램, 교양·오락 등 연성 프로그램에서 더 익숙한 얼굴이었다. 2012년 MBC 파업 때 신동호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생방송 아침이 좋다’ 책임PD였던 이채훈 해직PD는 과거 자신의 SNS에 “김재철의 패악질을 보다 못해 ‘동호야, 함께 내려가자(파업 동참하자)’ 했는데 그냥 픽 웃더라”라며 “파업 참여한 기자, PD들 징계받고 신천교육대 쫓겨갈 때 신동호가 아나운서 국장 되길래 그제서야 속마음 알았다는...”이란 글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2005년부터 아나운서 국장을 역임한 손 사장은 이듬해 22년간 재직했던 MBC를 떠나 성신여대 교수로 둥지를 옮긴 이후에도 프리랜스 방송인으로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시선집중’(라디오)과 ‘백분토론’(TV)을 진행했다. 진실을 좇는 예리한 시선, 안정적이고 유연한 진행실력, 촌철살인의 멘트는 그를 늘 신뢰하는 언론인, 영향력 있는 언론인 수위에 올려놓은 무기였다.

2013년 손석희 앵커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MBC를 떠나면서 그가 일궈놨던 두 프로그램은 고스란히 신임 아나운서 국장 신동호의 차지가 됐다. 경영진은 ‘포스트 손석희’ ‘MBC의 손석희’란 별칭을 부여했으나, 손 앵커가 높여놓은 수준을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과거는 현재를 읽는 지침서다. 손석희 사장은 뉴스 전달자가 아니라 뉴스 메이커로서 살았다. 인터뷰는 권력과 명예, 돈을 가진 기득권층에 대한 도발이었다. 그래서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그의 정제된 한 마디 한 마디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후배들은 존경의 눈빛을 보낸다.

신동호 국장의 후배 27명은 22일 오전 상암동 사옥 앞에서 그의 이름 석자가 담긴 플래카드를 펼쳐들었다. "MBC 아나운서 잔혹사의 중심에 있으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팔아치웠다”고 분노의 눈빛으로 화인을 찍었다.

손석희와 신동호. 어느덧 MBC의 빛과 그림자가 돼버린 두 인물이다.

 

사진= JTBC,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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