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5년 8월24일 수감된 지 2년 만에 23일 출소했다.

 

 

이날 새벽 5시 경기 의정부교도소를 출소한 한 전 총리는 다소 야윈 얼굴에 단발머리를 하고 푸른색 자켓에 회색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밝은 표정으로 교도소 정문을 나선 그는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문희상, 홍영표, 정성호, 박남춘, 전해철, 진선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맞았다.

 

◆ 여성운동→ 국회의원→ 2차례 장관→ 국무총리→ 수감과 석방 

한 전 총리는 친노의 원로로 꼽힌다. 여성운동을 하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이듬해 새로 만들어진 여성부 초대 장관을 지냈다. 호주제 폐지와 육아휴직 등의 업적을 남겼다.

참여정부에서는 환경부장관을 거쳐 이해찬 전 총리 후임으로 국무총리를 맡았다. 2007년에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정동영, 손학규 후보에 맞서 친노진영 단일화를 해야한다는 압박이 커졌고, 유시민 후보에 이어 후보직을 사퇴한 뒤 이해찬 후보를 도왔다.

참여정부 말인 지난 2007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건넨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0년 검찰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고 진술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1심 재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 없다. 한 전 총리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있다”며 검찰진술을 뒤집어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2015년 8월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000만원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뒤 수감됐다.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지만 전직 총리 중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한 전 총리가 정치활동을 재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피선거권을 박탈당해 선출직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징역형을 받을 경우 형 집행 후 10년까지 피선거권을 제한한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12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강기석 노무현재단 상임중앙위원에게 편지를 보내 “출소 후 되도록 정치와 멀리하면서 책 쓰는 일과 가끔 우리 산천을 훌훌 다니며 마음의 징역 때를 벗겨 볼까 한다”고 말했다.

사진= YTN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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