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적시장이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던 이번 이적시장. ‘빅6’의 이적시장 결과를 알아본다.

사진=첼시 인스타그램 캡처(벤 칠웰, 티모 베르너)

이번 EPL 이적시장은 기형적일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2021시즌이 8월이 아닌 9월에 열리게 됐으며 이적시장 마감도 10월 초로 미뤄졌다. 구단들은 선수들과 협상할 기간이 늘어났지만 경제난으로 자금을 풀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적시장에서 득과 실을 본 팀들은 존재했다.

첼시는 ‘빅6’ 중 가장 성공적인 이적시장을 보냈다.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공격수 티모 베르너를 일찌감치 영입했고 레버쿠젠에서 카이 하베르츠도 데려왔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아약스의 하킴 지예시, 프랑스 리게앙 파리 생제르맹에서 티아구 실바, 레스터 시티에서 벤 칠웰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스타드 렌에서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를 영입했다.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이번 이적시장 결과에 만족할 것이다.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했고 어린 선수부터 경험치 만렙인 백전노장까지 골고루 데려왔다. 물론 선수 영입으로 인해 올시즌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은 클 수 있다. 꾸준히 노렸던 웨스트햄 수비형 미드필더 데클란 라이스를 영입하지 못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첼시는 만족할 만한 이적시장을 보냈다.

사진=맨유 인스타그램 캡처(알렉스 텔레스)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팬들의 비판을 받은 팀은 맨유이지 않을까 싶다. 맨유는 시즌 시작 전부터 노려왔던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를 영입하는 데 실패했다. 도르트문트는 줄곧 이적료로 1억2000만 유로를 원했고 맨유는 8000만 유로에 플러스 알파를 지급하려고 했다. 맨유는 영입에 자신을 보였지만 실패했고 플랜 B도 없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계속 오른쪽 윙어와 중앙 수비수 영입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보드진이 이를 외면한 셈이다. 박지성의 절친이자 맨유에서 오래 뛴 파트리스 에브라는 “팬 여러분, 당장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서 산초를 영입하세요”라며 맨유 보드진을 비판했다.

맨유는 토트넘에 1-6으로 대패한 뒤 부리나케 선수 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그 주인공은 포르투에서 데려온 왼쪽 수비수 알렉스 텔레스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영입한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 그리고 영건인 2001년생 파쿤도 펠리스트리와 2002년생 아마드 트라오레다. 하지만 즉시 전력감은 텔레스를 제외하곤 없다. 카바니는 몇 개월째 경기를 뛰지 못 했고 펠리스트리와 트라오레는 포텐은 있어도 나이가 어리며 1군 무대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다. 공격, 중앙, 수비 모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맨유의 험난한 올시즌이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가레스 베일)

토트넘은 시즌 초반 영입 효과를 보고 있다. 사우스햄튼에서 데려온 중앙 미드필더 호이비에르가 토트넘 중원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왼쪽 수비수 레길론 영입 또한 신의 한 수였다. 레길론은 손흥민과 왼쪽을 담당하며 6-1로 대승을 거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토트넘으로 복귀한 가레스 베일이 100% 컨디션을 만들어 출전하게 된다면 케인, 베일,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일명 ‘KBS’ 공격라인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울버햄튼에서 데려온 오른쪽 수비수 맷 도허티도 시즌 초반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세 무리뉴 감독에겐 ‘2년차 과학’이란 말이 있다.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유 감독 시절 무리뉴는 2년차에 항상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에도 ‘2년차 과학’이란 말이 현실로 이뤄질지 기대된다.

아스날은 이번 이적시장 막판에 전세계 팬들을 놀라게 한 주인공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를 데드라인 전 영입한 것이다. 아틀레티코와 입장 차이를 보여왔던 아스날은 바이아웃 지불이란 강수를 뒀다. 아스날은 시즌 전 첼시에서 윌리안을, 릴에서 가브리엘을 데려왔다. 여기에 토마스 파티까지 영입하며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마음은 편안해졌을 것이다.

AP=연합뉴스(티아고)

리버풀은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중앙 미드필더 티아고를 데려왔다. 티아고 영입으로 리버풀은 후방 빌드업은 물론,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 퀄리티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올림피아코스에서 왼쪽 풀백 치미카스를 영입했으며 울버햄튼에서 공격수 디오구 조타까지 손에 얻게 됐다. 지난 시즌 EPL 우승을 거둔 리버풀은 전체적인 변화보다 포지션 보강에 힘을 쓰며 안정적인 운영을 치르려고 한다.

맨시티는 이강인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페란 토레스를 영입하며 공격 보강했고 본머스에서 나단 아케, 벤피카에서 루벤 디아스를 데려오며 불안한 수비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수비에서 여전히 문제를 보이고 있고 공격도 예전만큼 터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이적시장에서 1억4700만 파운드(약 2216억원)를 투자하며 첼시에 이어 가장 많은 돈을 썼지만 현재까지 효과는 미미하다.

이적시장 결과는 한 시즌을 운영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팀 보강에 성공했느냐, 성공하지 못했느냐는 다른 팀과 비교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선수를 많이 영입했다고 해서 그 팀의 전력이 항상 향상되는 건 아니다. 이제 구단들은 1월에 열리는 겨울 이적시장을 준비한다. 이번 이적시장에 풀지 못한 돈다발을 겨울에 풀 주인공은 누가 될지, 그때까지 영입 효과를 제대로 볼 팀은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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