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연일 국회의원들에 의해 소환되고 있다.

13일 모종화 병무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대중문화예술 우수자에 대한 입영 연기 기준'과 관련 "입영을 연기할 수 있는 연령은 (입영연기 가능 연령의) 상한선까지는 고려하고 있다"면서 "(활동할 수 있는 연령을) 고려해서 상한선으로 해서 입영을 연기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병역 연기와 관련 병역법 개정안 발의가 진행된 것은 지난달 3일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해 추천한 사람에 한해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K-POP과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부분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정치권이 방탄소년단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수차례 병역을 이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팬덤인 아미 역시 이에 지지를 보냈다.

부러 정치권이 문제를 만든다는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방탄소년단 병역 문제를 정치권에서 계속 논의하는 건 국민들이 보기에 편치 못하고, 본인들도 원하는 일이 아니니 이제는 서로 말을 아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번 국감 기간 내내 방탄소년단의 병역문제가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물론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문제가 방탄소년단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행보가 시발점이 되어 논의가 원활해 질 수는 있지만 연이어 국감장에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정말 그들을 위한 일인지 의문스럽다.

이 가운데 또 한번 방탄소년단이 국회의원에 의해 소환됐다.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통해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뒤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RM이 언급한 ‘양국이 겪었던 고난’이 전쟁에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중국을 모욕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여기에 또 정치권이 불쑥 튀어나왔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정치적으로 또는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앞다퉈 친한 척하고 챙기는 듯하더니, 이런 곤란한 상황이 닥치니 기업은 겁먹고 거리 두고, 청와대도 침묵하고, 군대까지 빼주자던 여당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BTS의 발언을 국가 존엄을 무시했다고 덤비는 이런 국가와는 사랑해서 동맹을 맺어야 하느냐. 아무래도 우리의 BTS는 우리가 지켜야겠다, 아미 도와줘요”라고 적었다.

사진=빅히트엔테인먼트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구설에 오른게 비단 방탄소년단이 처음은 아니다. 국가관이 다르고, 역사적 관점이 다르다 보니 가까운 나라일 수록 오히려 더 많은 이슈가 발생한다. 이 일을 청와대가 여당이, 기업이 나서서 옹호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모양새가 될까.

방탄소년단은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4시(한국시간) 유튜브로 중계된 가상 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Dear Class of 2020)에서 R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 힘든 이들을 위로하며 “최근 우리도 중요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혼란한 시간을 겪었고, 그 불안감과 상실감은 아직 저희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음악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라며 “‘우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야’가 결국 이것이 우리가 찾아낸 답이었다. 음악을 통할 때 우리는 세계의 모두와 연결돼 있음을 느끼고 이 두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웃음과 용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음악으로 답을 찾아가는 방탄소년단의 발목을 부디 정치권이 붙잡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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