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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작가 “생활동반자법,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제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손보는 등 저마다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 안팎에서 고령화에 대응할 국가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으로 의료나 복지 혜택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개개인의 삶을 돌볼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가 고독사다. 지난 3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 제정됐지만, 내년에야 시행돼 아직까지 홀몸노인 고독사는 공식적인 통계조차 없다.

이런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키는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 ‘가족’에 있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에서 언급하는 혈연, 결혼으로 묶인 가족을 말하는 게 아니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한 지붕 아래 거주하는 생활공동체를 가리킨다. 이미 해외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제도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시민결합제도, 호주의 사실혼, 영국의 시민동반자법,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제 등이 그 예다.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는 황두영 작가는 ‘외롭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통해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그 의미와 취지가 좋은 법안이라도 사회적인 득실과 작용, 반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지만 생활동반자법은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하지만 황두영 작가는 생활동반자법으로 여성 노인들간의 동거가 가장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 9월 공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통계를 보면 이런 주장이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지난해 '노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여성 비율은 40.4%로 남성(29.3%)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여성 가운데 41.5%는 ‘준비 능력이 부족하다’고 답했고, ‘앞으로 준비할 계획’(32.1%),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14.6%), ‘자녀에게 의탁’(11.7%) 순이었다.

“1인 가구가 모두 늘어나고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흔한건 여성 노인가정이에요. 현재 노인 세대의 여성들은 정규직을 가진 경우도 많지는 경우도 흔치 않았어요. 경제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가장 어려운 사회복지 대상이에요. 이런 분들이 주변에 뜻이 맞는 사람과 살도록 국가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면, 국가적인 부담도 덜고 즐거운 생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생활동반자법은 고령화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라고 할 수 있죠. 가정을 이룬 경우라고 하더라도 고령화 사회에서는 아내나 남편, 둘 중 한 사람이 혼자 사는 시기가 길어질 수 밖에 없어요. 과거에는 기대수명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제도화가 이루어져 있었어요. 고령화, 이혼, 비혼이 늘어나는데 대안적인 가족에 대한 제도는 전혀 없는 상태예요”

황두영 작가가 생활동반자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역시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었다. 2013년 부산에서 40여년을 함께 지내던 여고 동창생 사례가 있었다. A씨가 암에 걸리며 수술동의서에 ‘법에서 인정한’ 가족의 서명이 필요했던 B씨는 A씨의 조카를 찾아갔다. A씨의 조카는 B씨 명의의 예금과 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급기야 B씨는 중환자실에 있는 A씨의 마지막을 지키지도 못했다. 그리고 얼마뒤 B씨는 A씨와 함께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정폭력만큼이나 심각한 동거인 간 폭력 역시 생활동반자법이 보다 넓은 범위의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동거하는 사이에서의 폭력도 심각한 문제에요. 결혼한 사이에도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잖아요. 동거인 간의 폭력은 경찰한테 도움을 받기도 상당히 어려워요. 부부라면 이혼을 통해서 재산상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지만, 동거하던 사이에는 강제로 끝낼 제도적인 방법이 없어요. 제보받은 사례 중엔 이런 것도 있었어요. 남자친구와 함께 살던 여성분이 폭력이 무서워서 도망을 나왔어요. 전세는 여성분 명의였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남자가 살고 있는 한 전세금을 빼줄 수 없잖아요. 퇴거 요청을 해야하는데 그게 안되더라고요. 도움을 받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집안에서 일어난 폭력은 둘 사이의 진술이 다르면 정말 힘들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강보라 기자  mist.diego@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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