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이야기, ‘우리 이혼했어요’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시청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0일 첫 방송된 TV조선 리얼타임 드라마 ‘우리 이혼했어요’(이하 ‘우이혼’)가 시청률 9.0%를 기록하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자신의 이혼 이야기를 담백하게 녹여낼 주인공으로는 배우 이영하 선우은숙 그리고 유튜버 최고기 유깻잎이 출연했다.

‘우이혼’은 방송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 일부 가족 예능이 과도한 설정으로 질타를 받은 적도 있었고, 파급력이 큰 방송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공익성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됐다. 서혜진 제작 본부장의 말처럼 “2020년 한국 사회에서의 ‘이혼’은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만이 겪는 이슈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됐기 때문. ‘어떤 사건’ 때문에 이혼했는지를 다루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됐는지’ 상대방과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남이지만 완벽한 타인은 될 수 없는 이혼 가정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첫 방송에서는 ‘우이혼’ 출연을 결심한 속내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영하는 선우은숙과 만남을 앞두고 “좀 풀고 싶었어. 오해도 너무 많았고, 모든 게 진실은 아니잖아, 그런걸 한 번 풀고 싶어”라고 털어놨다.

이혼 15년만에 단 둘이서는 처음 대화를 나눈다는 선우은숙 역시 “내 얘기를 들려주고 싶을 때 자기는 ‘이제 그만 얘기하고!’ 끊어버린단 말이야. ‘내 가슴 속에 담아두고서도 저 사람은 왜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었거든”이라며 대화의 준비가 된 열린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출연진의 심리를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마주하는 일도 최대한 배제됐다. 3자가 개입해 당사자들의 심정을 묻거나 입장을 강요하지 않는다. 때문에 보다 담백하게 두 사람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다. 일상적인 것 같은 대화가 물 흐르듯 이어지지만 화두가 될 요소가 등장하면 능숙한 MC인 신동엽, 김원희가 정확히 포인트를 짚어낸다. 여기에 이혼을 경험한 정가은이 진정성 있는 코멘트를 내놓고, 양재진 정신과 전문의가 심리를 분석한다.

세대가 다른 이영하, 선우은숙과 최고기, 유깻잎의 온도차도 눈길을 끌었다. 이혼한 지 7개월 밖에 되지 않은 20대 청춘 최고기-유깻잎 사이에는 묘한 긴장과 어색함, 연민, 후회가 공존했다. 최고기는 이미 ‘우이혼’ 전에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깻잎과 여전히 사랑하는 딸 풀잎이의 부모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감도 역시 높았다.

하지만 미처 유튜브로는 다하지 못한 서로의 이야기가 ‘우이혼’을 통해 전달된 것. 최고기는 혼수문제부터 시작해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고령의 완고한 부친과의 갈등, 이 과정에서 유깻잎을 보듬어주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울러 이혼 후에야 깨닫게 된 25살 ‘어린 엄마’ 유깻잎의 육아 고충에 공감하며 눈물을 보였다. 유깻잎을 향한 정리되지 못한 마음을 불쑥불쑥 드러내 안쓰러움을 배가했다. 마찬가지로 유깻잎은 한참 엄마를 찾을 나이인 딸과 함께 있지 못하는데 대한 괴로운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표정으로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방송이 끝난 직후 '베테랑' 김원희-신동엽은 무심코 "잘 만들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는 시청 소감(?)을 격하게 드러냈다. 드라마를 압도하는 리얼함, 찐 심리가 훅 전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양재진이 말했듯 이혼은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고통”이다. 어쩌면 이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이 ‘우이혼’이 시작하기도 전에 불편하다는 편견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한편 박재훈-박혜영, 그리고 김동선이 합류 소식을 전한 ‘우리 이혼했어요’는 매주 금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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