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0이 지난 4일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독립영화 정신이 돋보이는 수상작의 면모가 관객의 눈을 끌었다.

서울독립영화제2020 본선 장편 대상을 수상한 이란희 감독의 ‘휴가’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회가 선정하는 독불장군상 및 주연을 연기한 이봉하 배우가 독립스타상을 받으면서 무려 3관왕을 차지했다. ‘휴가’는 정리해고 무효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여 농성을 쉬게 되면서 일어나는 한 해고노동자의 짧은 휴가를 담은 영화로 “물러서지 않는 감독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심사평대로 주인공을 진솔한 시선으로 오롯이 따라가며 관객들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밖에도 노동, 계급,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작품들이 대거 수상했다. 4대 가족의 33년을 사회학자로서 조망하면서 계급의 대물림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며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를 생동감 있고 강인하게 담은 조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33’이 장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 언급인 김정인 감독의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또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어머니들의 존재와 힘으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과정을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는 평을 받았으며 단편 대상을 받은 이나연, 조민재 감독의 ‘실’ 또한 창신동 봉제 골목에서 옷 만드는 노동을 해 온 여성들과 그들을 조명하며 호평을 받았다.

서예향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양7단지’는 현대의 획일화된 아파트 단지 내의 소외 받은 계층의 서늘한 명함과 부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으며 단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집행위원회 특별상 또한 임재춘과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며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 ‘재춘언니’의 이수정 감독이 대리 수상을 하며 “전태일 50주기를 맞이해서 서울독립영화제가 열심히 싸워주신 노동자분들을 기억하고 상까지 줘서 감사하다”는 감회를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새로운선택’ 부문을 통해 매년 신예 창작자들을 조명하며 힘을 더하고 있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첫 장편을 멋지게 완성해 낸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과 이상민 감독의 단편 ‘7011’이 새로운선택상을 수상했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은 “연출, 촬영, 미술, 연기, 음악, 믹싱 등 모든 파트의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었다며 친구로 나오는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세 명의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아 영화의 세계가 진짜같이 느껴져서 쉽게 이야기에 매료되었다”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들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상민 감독의 ‘7011’은 “이제는 곁에 없는 친구가 남긴 흔적들로부터 출발한 에세이 영화다. 감독의 목소리를 경유해 길 위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로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감각이 느껴지고, 마지막에는 사라진 친구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마음과 묵직한 슬픔이 자리 잡는 놀라운 영화”라며 이상민 감독님의 새로운 시선을 응원한다고 심사위원들은 전했다. 두 작품 모두 여성 캐릭터와 쉬이 포착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내 큰 울림을 주었다.

올해의 얼굴인 독립스타상에는 장편 대상을 수상한 ‘휴가’의 재복을 연기한 이봉하는 “담백하고 살아있는 연기”라는 평을 받으며 작품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봉하 감독과 함께 독립스타상을 수상한 김나연 감독 ‘실버택배’의 변중희는 “남들이 보면 석양에 서 있는 삶이지만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나이와 타협하지 않고 제2 인생인 배우의 길을 의미 있고 성실하게 그렇지만 겸손하게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외에도 강원도의 풍광을 아름답게 담아낸 ‘정말 먼 곳’의 양정훈 촬영감독이 수상했고 단편 우수작품상에는 박지연 감독의 애니메이션 ‘유령들’이 수상하며 “현실적인 바탕 위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은, 인간 존재가 가질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공허함을 절묘하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으며 서울독립영화제2020 수상작들에 다양성과 생기를 더했다. 올해 경쟁부문의 여성감독 출품 비율은 67.5%, 총 공식상영작의 여성 감독 비율은 54.78%, 수상작 중 여성감독 비율은 84.61%로 꾸준한 약진을 보였다.

올해 총 1433편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공식상영작 108편, 일자리연계형 온라인-뉴미디어 숏폼 330편 중 선정된 15편 포함 총 123편을 상영하는 등 코로나에도 국내 상영작을 축소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로 인핸 좌석 규모가 축소됐음에도 올해 총 관객 수는 6852명으로 작년 대비 절반이 줄었지만 실제 운영한 좌석수 점유율은 64.92%로 작년보다 높았다.

총 1278명의 참여자가 예심에 지원하며 이목을 끈 ‘서울독립영화제2020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는 지난 11월 30일 아이러브아트홀에서 진행된 본심 자유 독백 연기 끝에 올해의 수상자로 선택된 6명의 배우를 발표하며 2021년을 빛낼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했다.

또한 창작자 중심의 제작/배급 환경을 구축하고 독립영화의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2020년 새롭게 론칭한 ‘독립영화 매칭 프로젝트: 넥스트링크’가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12월 1일부터 2일까지 열렸다. 31개 작품을 대상으로 40여개 매칭 파트너사가 참석해 106회의 비즈니스 미팅이 성사돼 독립영화 배급 활로를 확대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코로나 시국, 장장 9일간의 쉽지 않은 대장정을 마친 서울독립영화제2020은 폐막 후인 지난 5일부터 연말까지 홈초이스를 통해 화제작 단편 26편을 무료 VOD 서비스로 방구석 관객들을 반기고 있다. 이후에도 본행사 기간 내에 많은 관객들에게 공개할 수 없었던 포럼과 토크 등을 추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공유할 예정이고 내년 영화제까지 다양한 일상사업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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