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청룡영화상이 끝난 지 일주일이 다 됐는지 여전히 ‘파격’의 파급력은 계속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11월 개최됐어야 했던 청룡영화상이 올해 2월 9일로 연기됐지만 영화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매서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번 청룡영화상은 늘 거론되던 ‘파격’이란 단어를 또 한번 상기시켰다.

사진=청룡영화상 사무국 제공

시상식 하루 뒤 청룡영화상 심사위원 8인의 심사표가 공개됐다.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여우주연상 부문이었다. 1차에서 ‘윤희에게’ 김희애와 ‘정직한 후보’ 라미란이 동률을 이뤘고 2차에서 1표 차로 라미란의 수상이 결정됐다.

라미란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최초로 여성 원톱 정통 코미디 영화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나와 코미디 영화도 시상식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단역, 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올라온 배우들에게 영광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진선규의 사례와 비슷하다. 대사 한 마디도 없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아인의 경우엔 대사 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기로도 수상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눠먹기식 수상으로 보이지만 청룡영화상은 대체로 이해할 만한 수상자를 선정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최우수작품상,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은 감독상, ‘소리도 없이’ 유아인은 남우주연상,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정민은 남우조연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주요 부문에서 단 한편도 2개 이상 수상을 하지 못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히트작부터 주목받은 독립영화까지 다양하다. 

사진=청룡영화상 사무국 제공

남녀신인상을 받은 ‘버티고’ 유태오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은 각각 40세, 42세로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양자물리학’ 박해수가 세웠던 최고령 신인상(수상 당시 만 38세) 수상 기록을 1년 만에 깼다. 신인상이 라이징 스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중고 신인들도 충분히 수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결과다.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의 2관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19회 청룡영화상에서 ‘강원도의 힘’으로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 이후 22년 만에 감독상, 각본상을 한 감독이 수상하게 됐다.또한 “LGBTQ 콘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이라는 수상 소감을 남긴 임대형 감독의 말처럼 청룡영화상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청룡영화상 사무국 제공

청룡영화상은 이렇게 새로운 기록들, 신선한 시도 등으로 또 한번 성장했지만 여전히 발전해야할 부분도 남겼다. 이번 시상식에서 스태프상 시상을 VCR 화면으로 빠르게 넘겼고 수상자들의 소감을 짧게 끊어 시청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TV로 방송되는 만큼 시간이 한정돼 있지만 영화 축제에서 이런 일이 계속 생긴다면 과연 영화인의 축제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라미란의 수상이 화제가 된 만큼 이에 반대 의견을 내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어느 영화 시상식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배우가 수상하지 못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의견이다. 다만 청룡영화상의 심사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청룡영화상은 그동안 시상식 다음날 심사표를 공개하며 공정한 심사를 했다는 걸 강조했다. 이는 지향되어야할 부분이다. 여기에 심사위원의 풀(POOL)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면 어떨까 싶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꼭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영화계 전반적으로 다양한 영화인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하면 더 많은 의견과 후보군이 나올 수 있고 그만큼 영화상으로써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파격’이 선을 넘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청룡영화상하면 ‘파격’을 빼놓을 수 없다. 매 시상식 배우상 부문에서 수상 유력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상을 건넸다. 우연의 일치면 상관없지만 ‘파격’을 노리고 의도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청룡영화상의 ‘파격’이 좋은 뜻으로 불리길, 앞으로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계속 발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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