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싱어송라이터 데미안(28·본명 손정혁)이 지난 3일 네 번째 싱글 ‘A Blue Not Blues’를 내놓았다. 신보에는 댄서블한 넘버 ‘Love%’(ft. Dawn)와 어쿠스틱 발라드 ‘One More Night’가 담겼다. 결은 다르지만 푸른빛의 세련된 도시 감성이 관통한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직접 작사·작곡·편곡한 곡을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표현하는 데미안은 2020년 3월 데뷔 싱글 ‘Cassette’를 발매하여 스포티파이의 ‘K-Pop Daebak’ 플레이리스트에 방탄소년단, 지코, ITZY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며 인상적으로 데뷔했다.

소년 같은 순수하고 깃털같이 가벼운 음색과 세련된 비주얼, 감각적인 음악을 내세운 데미안은 두 번째 싱글 ‘KARMA’ 발매 직후 아이튠즈 16개국 차트에서 50위 내에 소프트 랜딩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LOVE%’는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정서적 결핍을 담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적· 감정적 소통을 나누기가 더욱 어려워진 요즘, 개개인이 느끼기 쉬운 소외감과 고독을 표현했다. 뮤직비디오에서 데미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퍼센트(%)’라는 확률로 가늠하고 의심하면서도 이를 갈구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도시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예요. 태어나고 자란 서울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때 만들었어요. 왜 위험도 없고,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에서 예민해지고 뿌리 깊은 불신이 자라는 건가 싶었죠. 예전엔 말실수나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그런 뜻이 아니었을 거다. 실수였을 거다’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작동시켰잖아요. 그래도 요즘은 해결 과정에 있다고 봐요. 사람에 의해 믿지 못하고, 사람에 의해 다시 믿기 시작하는 것을 친숙한 이야기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는 말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젊은 세대는 ‘욜로’에 올인했다. 요즘은 주식, 부동산에 혈안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로 욜로에 치중했다가 희망이 보이니 진심을 너무 강하게 내비치는 듯 싶단다. 관계에 있어서도 ”난 사랑이나 사람 안 믿어“를 쿨한 인증서라 여기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하고 그러면서 또 상처받길 두려워하는 세대라 여긴다.

”모든 곡을 쓸 때 가장 집중하는 건 내 자신인 것 같아요. 특히 내가 바뀐 부분! 좋은 주제를 항상 많이 생각하는데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주제가 있는 듯해요. 아티스트로 오래 남기 위한 숙제라 보고요. 전 데뷔 1년밖에 안됐고,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음악하지 않았고, 평범한 대학생으로 지냈어요. 장단점이 있겠죠. 일상의 경험과 정서를 차곡차곡 채울 수 있었던 건 큰 자산이 되리라 믿어요.“

‘One More Night’는 ‘러브%’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가득하고. 하루만 더 이야기해보자는 내용이다.

”오해를 풀자는 둥 (우리) 관계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노래이지 싶어요. 뒷 부분에 스트링 파트가 조금 들어가긴 하는데 피아노로만 연주를 했고요. 방안에서 상대에게 전하는 보이스 메시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사는 전부 영어로 만들었고요.“

중학교 시절 1년 6개월 동안 캐나다 유학을 했다. 한국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지방 소도시(뱅쿠버 아일랜드)에서 소년은 철저한 이방인이었고, 방에 혼자 누워 7~8시간씩 라디오 음악을 듣곤 했다. 사춘기를 캐나다에서 홀로 보내고 오니 훌쩍 성숙해진 반면 한국서도 이방인 같았다. 겉도는 사람이랄까. 독일 대문호 헤르멘 헤세의 성장소설 ‘데미안’에서 따온 예명도 그런 느낌에서 착안했다.

“학창시절 나에 대해 평가는 많이들 하는데 정말 가까이 지내려는 사람은 없는 거 같단 생각을 하며 지냈어요. 그래서 소설 속 데미안이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죠. 섞이지 못하는 느낌, 관찰 대상이자 이상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데미안에게 연민의 정, 동질감을 느꼈죠. 이후 뮤지션의 길을 결정했을 때 음악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데미안과 다시금 만나게 됐어요.”

초등학교 때 성악을 했고, 이후 음악은 그냥 취미였다. 노래방 다니는 걸 좋아했고 포크나 록음악을 즐겨 들었다. 학업 성적도 우수해 컨설팅회사나 금융회사의 고액 연봉자를 꿈꾸며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입학하고 나선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스타트업 분야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타트업은 한 프로젝트를 평생 해야 해서 지레 포기해버렸죠. 그러다 6년 전인 스물두 살부터 곡을 쓰며 음악에 한발을 들여놨고, 정신 차리고 보니 음악만 하고 있더라고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 더욱 명료해졌죠. 성실하게 자기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처음 3~4년은 부모님도 응원해 주셨어요. 저 역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질 때까지 음악을 붙들고 있진 않을 거란 생각은 했었고요.”

전공이 음악도 아니다 보니 집에 틀어박혀 음악에만 매달렸다. 준비가 완벽하게 될 때까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자존감, 오기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식이었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지 못했을 거라 스스로 평가한다. 그나마 운 좋게 ‘사운드 클라우드’란 플랫폼에 계속 음악을 올리고 있었는데 재작년 이를 눈여겨본 소니뮤직 코리아에서 연락이 왔다.

“소니와 계약하고 쓴 첫 곡이 ‘카세트’예요. 그전에는 인디 아티스트 느낌의 곡들을 많이 썼는데 내 색깔을 살리면서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든 곡이죠. 낯선 감정, 기억의 왜곡에 대한 이야기예요.”

요즘 데미안은 보컬에 대한 고민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핵심은 가사 전달력이다. 최근까지도 자신의 보컬톤이 ‘언더독’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맞춰서 작곡을 하는 편이다.

"난 그렇질 않아서 원슈타인(정지원)이나 죠지처럼 둥글둥글하고 따뜻한 질감의 보컬톤을 좋아해요. 그래서 근래까지는 둥글고 따뜻하게 만들려고 했다면 최근엔 내 특성을 살리면서 단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노력해요. 마이클 잭슨이나 위켄드처럼 목소리 얇은 가수가 어떻게 자기 장점을 살렸는지 집중적으로 보고 있어요. 글쓰기를 좋아해 노랫말은 틈틈이 메모해 놓는 편이에요. 평소 사회과학 서적을 즐겨 읽다 보니 건조한 어투로 ‘불신’ ‘도시’ 등 키워드를 메모해 놓곤 하죠.”

언택트 시대라 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계속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서 소통할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상황이 좋아진다면 팬미팅도 하고 싶고 공연다운 공연을 해보고 싶다. 하반기에는 신곡을 다시금 발표할 예정이다.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음악을 포장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음악적 스타일뿐만 아니라 '스타일이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음악 외의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요. 음악적 색깔 뚜렷하고, 좋은 작품을 잘 선택하는데다 예능에서조차 두각을 나타내는, 모든 면에서 잘하는 아이유 선배가 롤모델이죠.”

사진= 소니뮤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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