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이란 수사가 가슴에 콕 박히는 2017년 정유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소용돌이쳤고, 정치사회적으로 환희와 우려가 극명하게 교차했던 해였다. 올 한해 동안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메가톤급 이슈를 제조한 싱글 셀럽 9인을, 싱글의 시선으로 뽑았다.

 

■ 박근혜

 

국내 1인가구 가운데 가장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이었으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를 몸소 보여줬다. 국정농단-비선실세 스캔들로 탄핵당한 첫 번째 대통령이란 오명을 쓴 그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연일 재판을 받고 있다. “나라와 결혼했다”며 비혼을 선택한 박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을 경우 관저에서 삼시세끼 혼밥을, TV드라마 시청의 혼놀을 즐겼음이 드러나 놀라움을 안겨줬다. 재임기간 내내 독선과 불통, 오만의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비선 최순실과 함께 헌정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벌여놓고도 여전히 진심어린 사과 대신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다. 불행한 가족사로 인해 고독을 체화한 것으로 알려진 '나 홀로족' 대통령을 바라보며 혼삶의 필요충분조건은 독립심과 자기 성찰임을 곱씹게 된다.

 

■ 김동선

 

재벌가 갑질의 역사는 ‘롱런’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전 국가대표 승마선수 김동선(28·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은 지난 9월 로펌 김앤장의 신입 변호사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나를 주주님이라 불러라” “아버지가 뭐하시느냐”는 폭언과 함께 일부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를 폭행·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들한테도 이럴 정도면 힘없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일까, 많은 이들이 씁쓸해 했다. 더욱이 그의 폭행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호텔 만취 난동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올해 1월엔 강남의 한 주점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을 때리고 경찰 순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 정유라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자 과거 SNS에 올린 “돈도 실력이다. 니네 부모를 탓해”란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주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올해 5월 도피행각의 종착지인 덴마크에서 구금 5개월 만에 한국으로 송환됐다.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담하면서도 치밀한 답변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박영수 특검팀에 협조해 엄마인 최순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가 하면 각종 돌출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어린 나이에 싱글맘이 된 그는 최근 40대 남자의 가택침입 사건으로 다시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슈메이커 김동선과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 김주혁

 

배우 김주혁이 지난 10월30일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올해 영화 ‘공조’ ‘석조저택 살인사건’, 드라마 ‘아르곤’에서 기존 선하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배우 이미지를 깨트리고 악역과 선 굵은 남성상을 아로새겼다. 대중과 평단은 ‘제2의 연기인생’을 맞이했다며 큰 기대를 걸었다. 더서울어워즈에선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로 처음 받은 상이었다. 그랬기에 사망 소식은 아쉬움을 증폭시켰다. 팬들은 아직까지도 짙은 그리움을 표하며 그를 애도하고 있다. 생전 촬영한 ‘독전’ ‘흥부’ 등 유작들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어 스크린에서 ‘구탱이 형’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 마동석

 

웬만한 사람 허리 굵기 만한 두꺼운 팔뚝과 굳은 인상. 하지만 왠지 이 사람의 속은 선할 것만 같고, 무지막지한 힘은 악인을 응징하는 데만 쓰일 것 같다. 올해 그는 ‘마동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솥뚜껑 같은 손바닥을 날려 조폭을 기절시키는 판타지가 마동석을 만나 현실이 됐고, 코미디영화 '부라더'에선 큰 몸 때문에 셔츠에 프린트된 오리를 빵빵하게 부풀리는 '마요미'다운 귀여움으로 관객을 초토화시켰다. '범죄도시'로 686만 관객을 열광시킨 마동석은 차기작 '챔피언'에선 팔씨름 선수로 분하는데, 그 대세 행보는 계속될 듯하다. ‘범죄도시’ 속 “진실의 방으로 가자”란 대사와 후련한 주먹질은 대중의 카타르시스를 한 방에 해소시켜줬다.

 

■ 강다니엘

 

시사주간지에서 그의 매력을 분석하고, 별 이슈가 없어도 연일 포털 검색어에 이름이 오른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최고 스타인 강다니엘은 첫회 23위로 시작해, 157만 표를 얻으며 1위로 프로그램을 마감했다. 존재감 미미한 연습생에서 워너원의 센터로 등극하며, 올해 가장 단기간에 인지도와 인기를 수직 상승시켰다. 긴 팔다리와 춤 실력의 시너지, 귀를 사로잡는 로우 톤, 타고난 듯한 표정연기, '방송 물'을 먹으며 매끈해지는 비주얼, 환한 눈웃음과 친근한 성격. 무대 위아래가 확연히 다른 강다니엘의 인기는 '큐트섹시'가 남자들만의 이상형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 나'의 주인공은 강다니엘이었던 것이다.

 

■ 한서희

 

올해의 인물 중 단연 독보적인 캐릭터. 빅뱅 탑과 '대마초 사건' 진실공방을 벌이며 이목을 끌었던 아이돌 연습생 한서희가 연예인 못지않은 이슈를 몰고 다닌 한 해였다. 한서희는 자신이 법정에 입고 간 명품 옷이 언론에 보도되며 악플이 달리자 "남자와 달리 여자는 명품만 입어도 빼액! 한다"는 글을 작성하며 SNS 활동을 시작해 눈길을 모았다. 이후 페미니즘 지지를 선언, 솔직과감한 언변으로 이른바 '맞는 말'을 하며 팬들을 양산했다. 하지만 솔직함이 과했던 하리수와의 '트렌스젠더' 논쟁으로 안티 세력을 확장시켰다. 최근엔 '메갈'을 비난한 유아인과 저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또 다시 이슈메이커로 군림했다. “귀찮으면 데뷔 안할래”란 언급도 올해의 말말말로 등극할 만하다.

 

■ 유아인

 

지난해까지 유아인은 꽃길을 걸었다. 천만영화 ‘베테랑’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히트로 연기파 젊은배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SNS에 수시로 올리곤 해 개념 탑재 연예인으로 추앙 받았다. 올해, 흑역사의 서막이 열렸다. 시작은 5차례의 신검 끝에 골종양 투병으로 병역 면제판정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상당수 대중은 31세까지 군입대를 늦췄던 점,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까지 마치고나서야 투병 운운하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어 고 김주혁 추모,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해 트위터리안, 영화평론가, 아이돌 연습생 한서희 등과 전방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스타로써 절제와 적절한 침묵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이상민

 

‘부채의 아이콘’ ‘궁셔리 라이프’ '예능대세'란 닉네임을 얻으며 누구보다 ‘핫’하게 한 해를 보냈다.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가수 겸 작곡가였지만 표절 시비를 겪으며 은퇴한 그는 음반 제작자로 컴백해 사업을 확장하다 2005년 부도를 맞아 순식간에 추락했다. 2012년 연예 활동을 재개한 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적은 비용으로 럭셔리한 생활을 누리는 짠내 나는 행동으로 웃픈 공감을 자아냈다. 돌싱(돌아온 싱글) 1인가구 이상민은 방송을 통해 천연덕스레 70억원의 채무를 공개하고 "아껴야 갚는다"란 확고한 목표 아래 12년째 열심히 일하며 빚을 갚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긍정 마인드로 '혼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깊은 감흥을 안겨준다.

사진= 싱글리스트 DB, UAA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플러스엠, YMC엔터테인먼트, MBC 제공, KBS뉴스 CN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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