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된다" 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지명 이후 한국 팬들에게 전한 소감이다. 공교롭게도 이에 앞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어워드 수상에 실패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윤여정의 그 말이 방탄소년단과 팬들, 나아가 국민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멘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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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방탄소년단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 수상은 실패했다.

방탄소년단은 후보 선정 자체로 "말도 안되는 경험"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수상보다 무대를 더 원했다며 "우리 노래로 무대를 하는 것이 '그래미'라는 큰 여정의 최종적인 꿈 중 하나"라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팬들과 현지 언론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현지 매체인 포브스는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에게 또 다시 가장 기본적인 것만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방탄소년단을 홍보수단으로만 활용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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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보다 히트했음에도 '이방인'의 벽에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적인 결정으로 비판받아온 그래미인 만큼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신드롬에도 반응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팬들은 수상자 발표가 나던 시점 멤버 RM이 동료들에게 "I Told you"(거봐,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한게 카메라에 잡힌 것을 통해 이들 역시 수상은 기대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미는 트위터에 ‘#BTSOurGreatestPrize’라는 해시태그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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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후보발표에서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정이삭), 남우주연상(스티븐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후보에 지명됐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영광을 이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50년 연기인생의 윤여정은 선뜻 들뜨지 않았다. 응원에 감사와 부담을 느낀다는 그는 "노미네이트가 되면 이제 수상을 응원하시고 바라실 텐데 제 생각에는 한 작품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해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기에 이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상을 탄 거나 같다고 생각된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의 이번 멘트에서는 결과에 집착하고 최고만을 추구하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오랜 인생경험에서 나오는 현명함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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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영화든 음악이든 같은 조건에서 기준을 두고 경쟁하는 일은 아니다. 문화예술은 무엇보다도 다양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윤여정의 말대로 후보지명 자체로 수상자와 대등한 인정을 받은 것과 진배없다. 최고를 자부하는 미국 시장에서 수많은 미국인, 서양인들을 제치고 후보에 선정됐다는 것 자체로 이미 세계에 위상을 높였음이 분명하다.

윤여정 역시 방탄소년단처럼 수상에는 실패할 수 있다. 오스카가 지난해 봉준호 감독에게 그만큼의 영광을 안겨주고 또 다시 파격을 감행할지 미지수다. 윤여정과 방탄소년단의 쾌거와 아쉬움. 그럼에도 한국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팬들로서는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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