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여자친구랑 즐거웠지만 이제 집에 갔으면 좋겠어. 그런데 안 간대.

언니: 엄마 대신 남동생 돌보고 있는데 여행 가신 엄마가 다신 안 오신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남녀가 말하는 결혼의 실제’ 중에서)

 

지금 고개를 끄덕이는 당신은 현명한 싱글인가요. 또는 산전수전 겪은 기혼인가요. 기혼이라면 적어도 몇 번은 싱글라이프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겠지요.

 

영화 ‘박하사탕’의 강렬한 첫 장면에서 설경구는 “나 돌아갈래”를 외쳤습니다. 다시 싱글이 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돌아갈 곳이 없어 달리는 기차 앞에서 목숨을 내던질 정도는 아닐 겁니다. 그래도 그렇게 들떠서 한 결혼을 ‘무효처리’하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과 ‘아예 갈라서고’ 싶은 이혼 충동과는 다르게 말이지요.

 

배우자와 이런 종류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기혼자라면 차라리 덜 외로울 것을.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농담 삼아 겉으로 내놓았다가는 “그래서 지금 나랑 살기 싫다 이거야?”라는 날선 반응이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결국 유부남은 유부남끼리, 유부녀는 유부녀끼리 돌아갈 수가 없는 싱글라이프의 일상 속 순간들을 그리워하며 수다를 떨곤 하지요. 필자가 기혼 여성인 관계로 사실 남자들의 수다 여부와 그 내용은 잘 알지 못하지만 여자들끼리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대충 풀어볼 수가 있습니다.

 

일단 개인차가 있겠지만 ‘로맨스’가 고플 때가 가장 난감합니다.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남편과 사이가 나쁘지 않고, 불륜도 전혀 생각 없는 평범한(?) 유부녀라도 로맨스에는 늘 목말라 있지요.

 

가끔 남편과의 로맨스가 여전히 알콩달콩 진행형인 분들이 있어 질투심을 유발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축복이 있길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남편이 브로맨스 상대가 된 분들도 상당수입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지나가 버린 싱글라이프의 자유를 탐하는 대신 많은 유부녀들이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들과 한시적인 연애를 합니다. 뻔한 이야기라 해도 자신이 ‘여주’가 된 듯 설레며 ‘남주’들을 만나고, 그러는 동안 과거 싱글시절의 설레던 몇 번의 연애를 돌아보기도 하겠죠. 그리고 유명한 문구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라며 다시 돌아가 보고 싶어하기도 하고요.

 

좀 심하게 빠지면 조카 내지는 아들(!) 뻘인 남자 연예인에게 ‘입덕’해서 “잘생기면 무조건 오빠”라고 우기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입덕’ 대상과 결혼이 가능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러니까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죠. 어차피 싱글라이프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일상 속 로맨스가 필요한 아내를 두셨다면 그냥 부부끼리 로맨스를 키워보는 게 최선입니다. 하지만 성격상 안되겠다면 드라마 속 ‘남주’와의 연애도 좀 인정해 주는 아량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태양의 후예’로 배우 송중기가 한창 인기있을 때, 방송시간만 되면 “송중기 목소리가 안 들리니 조용히 해라”라고 엄포를 놓는 아내들이 많았다지요. 하지만 “어차피 송중기 송혜교도 결혼하면 우리랑 똑같아”라며 자조하는 게 평범한 아내들의 모습이기도 했지요.

 

‘입덕’을 했다면 아예 실컷 하라고 지원해주세요. 쓸데없는 짓 한다고 누를 줄 알았는데 남자배우 팬클럽 활동에 내보내 주는 남편의 모습에 홀딱 반해서 또다시 로맨스가 싹틀지 누가 알겠습니까. 싱글라이프 못지 않은 로맨틱 커플 라이프, 그 어려운 것도 또 해낼 수 있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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