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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룸의 삶] 내 친구의 남편들

나이 앞자리가 3으로 바뀐 이후론, 주변에 결혼 안한 사람보다 한 사람이 많다. 아직 미혼인 내가 그들에게 꼭 묻는 게 있다. 하나는 “결혼하면 좋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해?”다.

 

 

정확히 말해 난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언젠가 유부녀가 되고, 애 엄마가 되겠지, 라며 막연히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는 ‘결혼 유예자’에 가깝다. 아직은 조금 먼 얘기로 느껴지는 결혼을, 각자 자신만의 타이밍으로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신기하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사도 며칠을 검색하며 비교해보는 깐깐한 친구들이 고른 남자들이 궁금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외로 연애 때는 험담의 소재가 됐던 남자의 단점이 되레 결혼 후에는 장점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다.

첫째, 단벌 신사다. 연애할 때는 가만히 서 있어도 무릎 나와보이는 ‘추리닝’ 차림의 그가 부끄러웠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쓸데 없이 돈 쓰지 않아서 좋단다. 옷을 잘 못 입는 사람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없어 고집도 없다. 그러니 마트에서 싸구려 옷을 사도 감사히 잘 입는다고 한다.

둘째, 연락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실 연애하면서는 상대의 연락횟수에 마음 상하기도 하고, 때론 기 싸움도 펼친다. 매우 소모적인 일도 자주 생긴다. 그런데 그 무심함이 결혼해서는 편하다고 한다. “왜 집에 안들어와? 어디야?”라며 다그치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에서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셋째, 잠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취미가 바로 수면이다. 남이 보기엔 조금 게을러 보일 수 있겠지만, 하루 종일 밖으로 쏘다니며 부지런히 ‘헛짓’하거나 쓸데 없는 데에 돈 쓰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2만배 더 낫다. 잔소리 하는 것보다는 과묵하고 잠 많은 남자가 낫다.

 

 

넷째, 요리 못하는 엄마를 둔 남자다. 그런 남자는 미각이 그리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거나 줘도 잘 먹는다. 보통 정도만 돼도 맛있게 먹는 편이며, 반찬 투정도 잘 하지 않는다.

다섯째, 내성적이거나 사회성이 결여된 남자다. ‘집돌이’들이 많은데 이들이 벌이는 일탈이라고는 집에서 하루 종일 TV만 보거나 PC게임을 하는 정도다. 불알 친구들과 어울리며 퇴폐업소를 다니는 남자들보다 훨씬 건전하다. 너무 최악의 남자들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어쨌든 결혼해서도 가족보다 친구들을 더 챙기는 남자는 위험하다. 성숙한 남자라면 결혼 후에는 선택을 하고, 가정에 집중해야 마땅하다.

여섯째, 취미가 없는 남자는 캔버스처럼 깨끗하다. 그래서 결혼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탐색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 반대로 취미가 너무 많은 남자는 별로다. 부부가 되면 주중에 만나기도 힘든데, 주말마저 취미로 너무 바쁜 남자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결혼은 미친짓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 있는 40대 선배들은 여전히 결혼의 로망을 안고 있으며, 출산을 꿈꾼다. 세상에 내 편이 되는 남편을 갖게 되는 건 신기한 일이다. 결혼은 그래서 할 만한 짓인지 모른다. 물론 결혼 후에 내가 이 글을 본다면, 스스로에게 곤장 백대를 휘두르고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글 전소영  jsszer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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