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극장가에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가득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친 이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선사할 웰메이드 작품들을 알아본다.

지난 18일 개봉한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강길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다. 강길우, 홍경, 이상희, 기주봉, 기도영, 최금순, 김시하까지 주조연 배우들의 완벽한 앙상블, 아름다운 화천의 풍경과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배우들의 모습을 담은 황홀한 미장센, 이 모든 것을 극대화한 박근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하나 되어 탄생한 웰메이드 퀴어 영화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입소문 열풍의 중심에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화천의 모습을 담은 아름다운 미장센이 있다. ‘정말 먼 곳’은 이국적인 강원도 화천의 모습을 담아냈는데 촬영의 경우 단풍이 들기 직전부터 첫눈이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진행됐다. ‘정말 먼 곳’의 배우와 제작진은 화천 목장 부근 강가의 방갈로촌에서 합숙을 하며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며 이를 영화 속에 그려내 관객들에게 황홀한 시각적 모먼트를 선사하는 한 편의 풍경화 같은 영화를 만들어 냈다.

31일 개봉을 앞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그려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이전에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아낸 영화 ‘동주’를 통해 흑백으로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보여줬는데 ‘자산어보’ 또한 컬러를 배제하면서 물체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를 더 뚜렷하게 전달하며 선명한 흑백 미장센으로 조선시대 풍물을 들여다보게 했다. 광활한 자연의 풍광 또한 무채색으로 표현해 스크린을 통해 한편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선사해 관객들의 시각적 만족감을 더할 예정이다.

새로운 캐릭터 설정과 전개로 전혀 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31일 개봉)은 벚꽃비가 내리는 핑크빛 봄과 푸릇푸릇 싱그러운 여름, 노랗게 물든 감성적인 가을을 지나 온 세상이 하얗게 고요한 겨울까지 아름다운 사계절을 함께하는 사랑스러운 조제와 츠네오의 모습을 담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예정이다.

특히 도톤보리 강, 텐노지 동물원, 가이유칸 수족관 등 일본 오사카 여행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다채로운 명소들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오사카의 아름다움은 물론 희망과 용기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 및 감독상,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4관왕 최다 수상에 이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강력한 수상 후보로 예측되고 있는 ‘노매드랜드’(4월 15일 개봉)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곳에 살던 여성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올해 오스카 촬영상 후보에 오른 ‘노매드랜드’는 낯선 길 위의 여정 속 숨막힐 듯 아름다운 미국 7대주의 풍경과 함께 삶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 펀의 담담하지만 강렬한 모습이 담겨 눈길을 사로잡는다. 촬영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카메리마쥬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황금개구리상을 수상한 조슈아 제임스 리차즈 촬영 감독 특유의 영상미는 인상적이다. 압도적인 광활한 자연,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힐링을 느낄 수 있는 해질녘 풍경까지 장면마다 고유의 빛과 감성을 담아내 감탄을 자아낸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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