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삿포로 참사가 재현됐다. 이른바 ‘요코하마 참사’다. 통산 80번째 한일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단 하나의 성과도 얻지 못하고 돌아오게 됐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7시 20분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통산 80번째 한일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일본에 0-3 완패를 당했다. 10년 전 마지막 한일전 A매치(동아시안컵 제외)에서 0-3으로 패한 이후 또 한번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우리 대표팀이 일본에 3골차 패배를 당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대한축구협회(KFA)가 한일전 친선경기를 확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국내 팬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대를 기록하는 일본에서 경기가 열린다는 점, 유관중으로 진행한다는 점, 손흥민 등 유럽파를 소집하겠다는 점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곧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한일전 개최를 반대하는 한 누리꾼의 청원글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설마했던 손흥민 차출 논란은 사실이었다. 지난 15일 손흥민은 아스날과의 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 최소 2주 쉬어야한다. 하지만 같은 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소집 명단에 포함시켰고 KFA는 토트넘 홋스퍼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차출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결국 손흥민은 소집되지 않았지만 팬들의 분노는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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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는 일본 측의 친선전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올림픽 홍보를 위해 친선전을 개최하려고 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대로된 경기를 치르지 못한 벤투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KFA가 벤투호 경기력 점검을 위해 친선전을 수락한 부분은 이해가 된다. 다만 지난 2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KFA가 초청비를 받지 않았다고 전해져 그저 벤투호가 일본의 올림픽 홍보쇼의 희생양이 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벤투호 선수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팬들의 코로나19 우려는 컸다. 이에 KFA는 철저한 방역을 약속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경기가 끝난 후에도 코로나 브리핑은 없었다. 선수들은 안전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중 일본 관중들이 마스크를 벗고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 포착돼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진 건지 의심만 들게 했다.

외부적인 것 이외에도 그라운드 내에서 문제는 터졌다. 한일전에 나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0-3이란 스코어는 국내 축구팬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전방 톱으로 기용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세컨 톱이 어울리는 이강인은 45분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활용하지 못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한일전을 위해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이강인은 한일전 패배와 함께 소속팀에 복귀해야 했다. 벤투 감독이 도대체 왜 이강인을 소집했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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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노력을 다해 결과를 얻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한일전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폼이 좋지 않은 홍철과 김영권을 기용했고 경기 내내 불안했던 남태희를 교체하지 않았다. 전반 내내 일본의 공격에 밀렸고 후반 들어 전방 공격수 이정협을 투입해 조금씩 공격의 활로를 찾아갔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는 무기력했다. 전반 38분에 첫 슈팅이 나왔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유효슈팅은 단 1개에 그쳤다. 한일전에 나와야할 투지도, 열정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이동준의 팔꿈치 가격으로 일본 수비수가 피를 흘리기까지 해 매너 부분에서도 일본에 완패를 당했다.

이번 한일전에서 벤투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기 위해 경기력을 점검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기력에 물음표만 달리게 됐다. 벤투 감독의 전술적 능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패배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끝났고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벤투호는 26일 귀국 해 4월 2일까지 파주NFC에서 코호트 격리된다. 한일전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KFA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번 참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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