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만에 가장 더운 5월 중순 날씨. 폭염 주의보. 30도에 육박하는 봄 더위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피곤한 맘에 밤잠이라도 푹 자면 괜찮을 텐데, 또 밤에는 서늘한 바람이 자꾸 겨드랑이를 간지럽혀 잠을 깨운다. 짜증난다. 이런 날일수록 달아난 잠을 꼭 잡아줄 자장가가 필수다. 나이 먹고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갈 수 없으니, 귀에 이어폰을 꽂아보자.

  

1. 에피톤 프로젝트 - 새벽녘

잠이 안 오는 날엔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감미로운 남정네의 목소리가 그리워진다. 아마 에피톤 프로젝트의 존재 이유는 이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새벽녘’은 잔잔함의 결정체다. 하이톤이지만 매끄럽게 귓가로 미끄러지는 그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스르르 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2. 스탠딩 에그 - Little Star

이 노래의 첫 가사는 운명처럼 “눈을 감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봐”다. 아무래도 스탠딩 에그가 자장가로 만든 노래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감미로운 보컬과 튀지 않는 어쿠스틱 기타의 고요함은 듣는 것만으로도 푹 잔 것 같은 느낌을 선물한다. 멋있는 목소리의 남자가 “밤새 내가 지켜줄 거야”하고 말하는 걸 듣다보면 왠지 모를 든든함은 덤이다.

  

3. Lucia(심규선) -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어릴 적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잠시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건 아마 ‘천사의 목소리’ 같았을 테다. 물론 엄마가 음치라면 죄송. 어쨌든 심규선의 목소리는 천사의 현신과 같다. 하이톤으로 담담하게 흥얼거리지만, 전체적인 곡 구성이 단단하게 이루어져 침대 위에서 안정감을 선사한다. 낮에 ‘곡성’을 보고왔어도 괜찮다. 특히 그녀의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는 꿈길을 걷듯 몽환적 분위기를 풍기며 당신을 잠으로 안내한다.

  

4. 제이레빗 - 선잠

노래 제목은 비록 ‘선잠’이지만 이 곡을 듣는 당신은 딥 슬립에 빠질 것이다. 자장가의 필수요소인 잔잔함은 물론이고 이 노래는 멜로디 사이의 여백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보컬 정혜선의 숨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묘한 어울림으로 가슴을 때린다. 그러다보면 조금씩 심장 박동이 고요해지면서 잠에 빠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5. 성시경 - 외워두세요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본 이들이라면 격공할 것이다. 잠 특효약은 ‘암기’다. 그래서 이 노래는 암기를 강요한다. 심지어 외워달라고 애걸복걸한다. 그것도 성발라 성시경의 목소리로. 평소에 암기를 싫어하던 사람이라도 국어사전을 꺼내 암기를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면 감미로움에 폭 젖어들어 조금씩 꿈속으로 입장한다.

  

6. 몽니 - 그대로 있어주면 돼

잠에 빠지기 위해선 우울하고 축축 처지는 마이너 코드가 최고다. 몽니의 ‘그대로 있어주면 돼’는 마이너 코드에 절절한 남정네의 사연까지 결합돼 정말 축축축축 처진다. 이 곡을 반복 재생해 듣다보면 어느새 이불마저 우울함으로 젖어들고, 다운된 기분으로 잠에 빠지게 된다. 물론, 짝사랑의 아픔에 신음하고 있다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7. 10cm - Fine Thank You And You?

같은 멜로디가 몽환적으로 반복되면 어느새 최면에 걸려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감성 듀오 10cm의 ‘Fine Thank You And You?’는 반복되는 멜로디, 반복되는 가사가 특징이다. 계속 Thank You, And You를 외치는 보컬 권정열의 선명하지만 최면 같은 목소리는 불면치료의 특효약이다. 특히 마지막에 “뚜르르르르~” 하면서 조금씩 페이드아웃 되는 멜로디에 맞춰 또렷했던 정신도 흐릿하게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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