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배우 김산호(35)가 첫 연극 도전으로 뜨거운 5월을 보내고 있다.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예측불허 코미디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7월31일까지·대학로자유극장)에서 선악을 분리하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 뒤 악한 인격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배우 빅터를 대역으로 고용하는 지킬 박사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대학로에서 만난 그로부터 인생 캐릭터 7개를 들었다.

 

1. 지킬 박사(연극 ‘술눈물’)

베테랑 연극배우 서현철과 함께 지킬 박사를 번갈아가며 연기하고 있다. 방대한 대사량, 빠른 템포의 대사처리, 서사의 리듬감을 살려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개막 이후 한달이 훌쩍 지나서 다소 여유로워진 표정이다. 김산호의 지킬에 대해 관객은 “완벽한 비주얼에서 묻어나는 허당기가 재미나다”는 반응이다.

“드라마를 무리하게 관객에게 요구하는 법 없이 상황에 녹여낸 점, 지킬과 빅터가 충돌했을 때 나오는 시추에이션이 너무 재미있어요. 가장 힘든 건 충청도 출신이라 엄청 느린데 빠른 템포감이죠. 지킬이 고지식한 아저씨 캐릭터인데 전 살짝 귀엽게 나사 하나 빠진, 실수를 만회하려 발버둥치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어가려 하고 있어요.”

‘술눈물’은 인간의 실수와 이를 감추려하는 욕망의 이면을 즐거운 톤으로 풀어낸다. 김산호는 “나이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 포장하고 감추려하는데 이 작품을 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영화, 드라마가 카메라에 잡힌 얼굴 위 감정 표현을 섬세하게 해내야 한다면 연극은 상대와의 템포 조절이 관건이에요. 많은 작품을 하면서 호흡을 찾아가면 어떤 매체 연기를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연극으로 제 부족하고 지친 부분을 채워내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클로저’나 긴 호흡의 고전을 해보고 싶고요.”

 

2. 무휼(뮤지컬 ‘바람의 나라’)

2006년 창작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고구려 3대 국왕 대무신왕 무휼 역을 맡았다. 첫 주연이자 사극 출연이다. 이때 아들 호동 역으로 서울예대 연극과(동기가 뮤지컬배우 김우형 김준현) 후배이자 동갑내기 친구 조정석이 출연했다.

 

3. 대니(뮤지컬 ‘그리스’)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시점에 배우 김태한이 ‘그리스’ 앙상블 오디션 권유를 해 3개월간 지방공연에 출연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공연 당시 이선균이 주인공 대니 역을 열연했고, 김산호는 앙상블로 무대를 꾸몄다. 이게 인연이 돼 이지나 연출의 ‘바람의 나라’ 오디션을 봐 주연으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청춘스타들의 필수 코스인 대니 역을 꿰찼다. 187cm의 키에 꽃미모,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는 딱 대니라 2007년부터 4년간 롱런했다.

4. 그(뮤지컬 ‘쓰릴미’)

2인극 스릴러 뮤지컬 ‘쓰릴미’에서는 비상한 두뇌의 하버드 법대생 그 역을 맡았다. 순진한 나를 조종해 유괴, 납치, 살해를 자행하는 악인이다.

“쇼뮤지컬이 아닌 연극적 요소가 많은 ‘쓰릴미’를 하면서 이런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에서 심도 있게 다가가야 하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작품이었고요.”

 

5. 김대식(뮤지컬 ‘그날들’)

고 김광식의 노래를 엮어 만든 창작뮤지컬 ‘그날들’에선 청와대 경호원 김대식을 2년간 해오고 있다. 재공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김산호는 “운명적인 작품이 돼버렸다”며 “경호원 역 정순원 박정표 최지우 배우와 매년 하는 것으로 도원결의를 맺었다”고 활짝 웃었다.

 

6. 김산호(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그에게 ‘응당산호’란 별명을 안겨준 작품이다. 2009년 시즌6부터 출연했으니 햇수로 8년째다. 철딱서니 없던 오렌지족 산호는 시즌 14에 이르러 듬직한 남자로 성숙했다. 오는 10월 시즌15가 방영된다.

“한 캐릭터를 이토록 오래 했으니 인생작이 된 듯해요. 작가님이 평소 제 말투, 행동을 대본에 녹여내 실제 저와 많이 비슷해진 캐릭터고요. 시즌14에 재등장한 이유에 대해 작가님이 ‘영애랑 해볼 걸 다해본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동거, 약혼, 파혼, 여행 등 다 했더라고요. 삼각관계의 절정해서 마무리됐기에 이번엔 산호랑 영애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플이잖아요. 서로 너무 편한 사이고, 영애를 제일 잘 이해하잖아요.”

 

7. 왕무(드라마 ‘보보경심:려’)

8월부터 SBS 사극 ‘보보경심: 려’에서 비운의 황태자 왕무로 나선다. 고려 태조의 첫 번째 아들로, 2대 혜종으로 즉위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다. 이준기 아이유 강하늘 홍종현 백현 남주혁 지수 등과 호흡을 맞추며 12회까지 촬영을 마쳤다.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던 차에 고려 이야기가 흥미를 자극했어요. 왕권을 지키기엔 사람이 너무 좋은, 동생들에 대한 사랑이 앞서는 마음 약한 인물이에요.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니고,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결이 달라요.”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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