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가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 세계에 들어왔다.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 ‘낙원의 밤’에서 엄태구는 모두의 표적이 된 태구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남기고 있다.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앞으로 시청자, 관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영화를 통해 보여줬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신세계’ ‘마녀’ 등을 통해 누아르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낙원의 밤’은 전에 없던 새로운 누아르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잉투기’ ‘판소리 복서’ 등 독립영화를 작업하면서 나름대로 쌓인 경험치와 박훈정 감독님, 다른 배우님들 덕분에 안정감이 생겨 ‘낙원의 밤’ 촬영에 잘 임할 수 있었어요. 특히 대본을 받고 나서 캐릭터 이름이 저와 같은 태구라는 점이 이끌렸죠. 이런 적은 처음이라 신선하고 신기했어요.”

“태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외형적으로 9kg 찌우고 피부를 거칠게 만들었죠. 촬영하면서 선크림, 립밤도 바르지 않았어요. 조폭 일에 지치고 찌든 태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누나와 조카를 잃은 뒤 제주도로 떠난 태구의 아픈 감정을 촬영 내내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박훈정 감독님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태구의 감정을 잘 간직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영화 ‘잉투기’로 얼굴을 알린 엄태구는 이후 ‘차이나타운’ ‘밀정’ ‘택시운전사’ ‘안시성’, 드라마 ‘구해줘 2’ 등 작품마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엄태구가 이번에는 모두의 표적이 된 남자 태구로 분해 감성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제가 센캐들을 주로 맡아왔는데 그런 캐릭터들에 끌리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이끌려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따라오는 것 같아요. 제 안에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고 연기하면서 하나씩 꺼내보는 재미가 있죠. 태구를 통해서도 제가 몰랐던 저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벼랑 끝에 선 태구에 저라는 사람을 투영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캐릭터 이름을 태구라고 지은 게 저를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이 태구의 전사를 설명해 주셨는데, 태구는 조폭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고 누나와 조카를 케어하려고 마음 먹었죠. 양사장(박호산)이 보스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어렸을 때 양사장에게 받은 은혜가 있어서 쉽게 그를 떠나지 못해요. 그런 부분들을 참고해서 태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엄태구는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전여빈, 차승원, 박호산, 이기영 등 배우들과 호흡하며 한 단계 성장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영화는 핏빛 가득한 누아르 장르지만 현장에서 만큼은 화기애애함이 넘쳤다.

“박훈정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처음 경험한 게 있었어요. 그날 하루 마지막의 현장 모니터를 모두가 다 같이 보며 수고했다고 격려학고 박수치는 것이었죠.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감독님은 현장에서 선장 같았죠. 정말 멋있으신 분이라는 걸 느꼈고 믿고 의지하며 작업할 수 있었어요. 물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셨고요.(웃음)”

“저와 전여빈 배우, 차승원 선배님, 박호산 선배님이 다같이 나오는 신이 있었는데 다 모여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됐어요. 현장 모니터를 볼 때 마다 배우분들 연기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표정 하나하나 디테일이 가득했거든요. ‘대단하시다’라는 말밖에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차승원 선배님과 박호산 선배님, 이기영 선배님께서 맛있는 걸 많이 사주셨어요. 저와 전여빈 배우는 얻어먹기만 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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