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 스트립, 엠마 스톤, 나탈리 포트만, 제니퍼 애니스톤 등 할리우드의 톱 여성 배우들이 성폭력 대응 운동 단체를 결성했다.  

 

하비 웨인스타인

2017년은 할리우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한 해였다. 거물급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온 성폭력·성추문 범죄가 용감한 여성 배우들의 고발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는 사회적인 이슈로 발전했다. 

웨인스타인 뿐만 아니라, 그동안 영화팬들이 사랑한 감독 및 배우들, 영화업계 종사자들의 성추문 역시 함께 까발려졌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여성 배우들마저 성폭력·성추행을 당한 과거를 고백했다. 그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불문되고만 있던 영화계의 추악한 현실이 들불처럼 번져나가자 전세계 네티즌들은 충격을 면치 못했다.

 

연일 파격적인 헤드라인이 미디어를 장악하는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성들은 새로운 희망을 꿈 꾸기도 했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주도 하에 시작된 '미투 캠페인'이 온라인과 거리를 장악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SNS에 #MeToo(나도 당했다) 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고, 여지껏 숨겨왔던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다. 

'미투운동'은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이후 거리 행진으로 이어졌다. 영화계를 넘어 정치계, 언론계, 스포츠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으며 국가 또한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인도 등으로 넓어졌다. 

캠페인의 효험은 즉시 발휘됐다. 웨인스타인은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고, 영국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은 사임했으며, 미국 정치평론가인 마크 핼퍼린은 방송사에서 해고당하고 책 출간계약이 취소됐다. 국내에서도 '한샘 여직원 성폭행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주목을 받았고,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시사 프로그램도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해 면밀히 다루며 분위기를 함께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시사언론 타임(Time) 지는 최근 ‘미투 캠페인’을 벌인 여성 5인이 모인 사진을 표지에 싣고 이들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부르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배우 애슐리 주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전 우버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 기업 로비스트 아다마 이우, 일반인 여성 이자벨 파스쿨(가명) 등이다. 이들은 미투 캠페인을 대표할 뿐이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이는 캠페인에 참여한 전세계의 여성들인 것과 다름없다.

어김없이 '미투' 물결이 이어진 2018년 1월 1일(현지시간), 할리우드 여배우와 작가, 감독, 프로듀서, 변호사 등 300여명이 미국 전역의 여성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연대단체를 결성했다. 이름하여 ‘타임즈 업’이라 명명된 이 단체에는 배우 메릴 스트립, 엠마 스톤, 나탈리 포트만, 리즈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제니퍼 애니스톤, 애슐리 주드 등 할리우드 배우와 TV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 등 화려한 라인업을 결성했다.

 

메릴 스트립, 엠마 스톤, 나탈리 포트만, 제니퍼 애니스턴

‘타임즈 업’은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법률지원 기금으로 1300만 달러(약 139억원)를 조성했으며, 할리우드뿐 아니라 농장·공장·식당·호텔 등 전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직장 내 성폭행이 빈번히 일어나고, 성폭력에 대해 침묵과 수긍을 강요하는 기업들의 처벌을 강화하자는 법안 제정 운동은 물론 할리우드 제작 현장에서의 남녀 차별 철폐 운동도 벌일 예정이다.  

7일 열리는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타임즈 업'에 소속된 배우들은 이날 성폭력과 성차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검은색 의상을 입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사진 = TMZ 유투브 화면 캡쳐, 픽사베이, 타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갱스터 스쿼드' '스타워즈 에피소드3' '러브 해픈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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