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더블 인터뷰] ‘회관순’ 냥냥돌이&김재이, 청춘을 어루만지다

웹툰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초장부터 회사를 관두는 통쾌한 인트로와 함께 시작된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어째 고구마를 100개나 쑤셔 넣은 듯 답답한 전개가 이어진다. 애독자들의 열을 돋우는 스토리는 현실을 99.9% 반영해 격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줄여서 ‘회관순’으로 통칭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웹툰은 열띤 인기에 힘입어 웹드라마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100% 사전제작으로 두 달 동안 촬영되고 한 편씩 공개 중인 드라마는 비슷한 처지의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나누는 청춘스토리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주목받고 있다.

몸소 겪은 청춘의 단상을 그림으로 풀어낸 웹툰 작가 홍나래(29, 필명 냥냥돌이)와 웹드라마에서 비타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남희 역의 김재이(28)를 만났다. 작중 인물들과 비슷한 길을 거쳐 ‘회관순’에 도달한 작가와 배우의 청춘에 대한 대담에 귀가 쫑긋 열렸다.

웹툰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을 탄생시킨 홍 작가는 만화 관련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제빵사, 미술학원 강사, 만화가 어시스트 등 다양한 직업군을 거치며 청춘을 보냈다. 몇해 전,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안 좋다고 느껴질 때 ‘회관순’을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되게 절박할 때, 이번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을 때 그리기 시작했어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쯤은 해보자는 심정이었죠. 회사를 다니는 내용의 만화는 많지만, 회사를 관두는 내용의 만화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나름의 공감을 섞었고, 연재가 되든 안 되든 밀고 나가자는 강단으로 그려나갔어요. 회사생활 하는 분들, 정말 다들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우리 웹툰이랑 드라마를 보시고 위로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걸그룹 피에스타 출신의 김재이는 배우로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기나긴 연습생 생활을 거쳐 가수로 데뷔하고 배우에 도전하기까지, 지난한 시간들을 거쳐온 그에게 청춘들의 희로애락을 다룬 웹드라마 ‘회관순’은 운명같은 작품이 아닐 수가 없었다. 김재이는 꿈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 남희 역을 도맡아 열연을 펼쳤다. 인터뷰 내내 웃음 짓는 그의 맑고 깨끗한 기운은 웹툰 속 남희와 사뭇 닮아 있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이 드라마는 정말 참여해야겠다 싶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마치 내 답답한 마음을 이 시나리오가 알아주는 것 같고,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이었어요. 재이는 시종일관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낙천적인 친구예요. 저도 평소에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친구는 저보다 세 배 정도는 더 밝아서 닮고 싶어질 정도예요. 그래서 남희를 연기하는 게 참 좋았어요.”

어떻게든 잘하고픈 마음이 앞서는 신인 배우답게 작품이 들어올 때면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만반의 준비를 기하는 편이다. 하지만 ‘회관순’만큼은 남다른 시야 내에서의 관찰이 필요했고, 김재이는 주변부터 둘러보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친구들의 회사 이야기를 캐릭터에 녹여낼 수 있었다.

“드라마에는 네 명의 친구가 나오잖아요? 저에게도 네 명의 그룹으로 이뤄진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랑 자주 만나서 맥주를 마셔요. 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직업은 천차만별이거든요. 심지어 한명은 회사를 관뒀어요!(웃음) 2~3년을 다녔는데 너무 쉬고 싶은 나머지 어느 날 그만둬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아직까지도 쉬고 있어요. 잔고가 0원이 돼 가는데도 행복하대요. 이런 친구들 얘기를 듣다보면 캐릭터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됐죠.”

 

 

웹툰이든 드라마든, 독자들과 시청자들이 가슴을 주먹으로 쳐가면서도 계속 ‘회관순’을 보게 되는 이유는 드라마 속의 모든 부당한 사건, 장면들이 곧 현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홍 작가는 여성 인물들이 주를 이루는 ‘회관순’을 그리며, 특히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맞닥트릴 수 있는 순간순간을 세심하고 현실성 있게 그리려 노력했다.

“저도 그런 경험이 많거든요. 주로 남성분들이 제게 말을 함부로 하고 막대하곤 했어요. 최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순간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저 가만히 있는 편이었어요. 나이가 조금 드니까 이젠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정도까진 말을 할 수 있게 됐죠. 근데 솔직히 그마저도 쉽진 않아요. 스스로 많이 바뀌고는 싶고요. 직접 경험해보니까, 가만히만 있으면 오히려 더욱 힘든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되더라고요.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적어도 후회는 안 드니까요.”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재이도 연습생 시절이 생각난다며 공감했다. 지금은 비가 온 뒤 땅이 굳은 것처럼 한결 단단해진 걸 느끼지만 아직 연예인이 아니던 시절엔 서럽기도 많이 서러웠다.

“그때는 항상 혼이 났어요. 내가 못하고, 또 실수하니까 혼이 날 수는 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좀 심하게 막 대하는 구나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럼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숨어서 우는 쪽이었거든요. 그냥 문제는 나에게만 있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았죠. 하지만 그렇게 서럽던 연습시절이 데뷔하고 보니까 도움이 되긴 하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울기만 했을 상황에서 오히려 울지 않고 떳떳해질 반박해야 한다는 걸 이젠 알아요.”

 

 

홍 작가도, 김재이도 과거에 비해 스스로 강인해졌다고는 하지만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진행형이다. ‘회관순’이 피워내는 위태로운 청춘을 직접 몸소 경험하고 있기에 더욱 와 닿을 수밖에 없다. 홍 작가는 ‘하이퍼리얼리즘이다’ ‘답답하다’ 등의 열띤 독자들의 반응 와중에도 예기치 못한 메시지를 받았을 때, 이 웹툰을 잘 그렸다 싶은 만족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관순’이 드라마화 되긴 했지만, 연재가 끝난다고 해서 다음 만화까지 보장되는 것도 아니에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뿐이죠. 만화업계가 힘드니까 ‘회관순’처럼 똑같이 막막하고, 뭘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독자 분들이 계시고, 따로 연락해서 공감된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계시면 힘이 나요. 어떤 분은 또 자신이 부하직원 갈구는 대리 입장이었다고 연락해주셨어요. 내용이 너무 리얼한데, 지금 돌아보니 자기가 너무했던 것 같대요. 그런 반응은 정말 흥미로웠죠.”

김재이 역시 데뷔가 보장되지 않는 연습생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가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다음 앨범을 언제 낼지, 몇 장을 낼 수 있을지 모르는 불안감이 꾸준히 잇따랐다. 애석하지만 연기를 시작하고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듯 연쇄적으로 굽이쳐온 불안감은 하나둘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곱절로 만들어줬다.

“흔들리는 스스로를 바로 잡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마냥 열심히는 하고 있긴 하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워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파고들어요. 하지만 작품이 하나 들어오고, 그 작품을 마쳤을 때는 또 희열이 굉장하더라고요. 꾹 참고 하길 잘했다는 보람이 느껴졌어요.”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바로 내가 행복해질 것임을 확신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불안하고 막연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와중에 사소한 행복들은 쉬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서스럼 없이 마음속에 내재돼있는 불안감을 고백한 홍 작가 또한 현재로서는 아직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른이 되니까 어지러웠던 옛날과 달리 뭔가 하나둘씩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행복해졌어요. 저는 그래도 하고 싶은 걸 일로 하고 있으니까요. 만화를 놓고 회사를 다닐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계속 이 일을 이어나간다면 저는 언제나 행복할 것 같네요.”

김재이 역시 수줍게 미소 지으면서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강단 있는 목소리는 그 고백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그녀에게 행복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느끼는 건데, 행복은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 어느 순간 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것, 가족들이 건강한 것 하나하나가 저는 행복하거든요. 저도 그렇게 거듭 감사한 일이 생각이 나면 결국 행복에 도달하게 되더라고요. ‘회관순’ 독자 분들과 시청자 분들도, 사소한 행복을 온전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에디터 이유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NTERVIEW
포토 갤러리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