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여성 혐오) 음악이 수면 위로 단숨에 떠오른 건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4'가 계기였다.

수많은 참가자 래퍼들이 여성의 성기를 낮춰 부르는 말을 가사에 넣은 것은 물론, 래퍼 송민호는 방송에서 자신이 여성의 선망을 받는 존재임을 표현하기 위해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라는 랩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낸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중징계를 받았다.

힙합 뿐만이 아니라 인디 음악계에서도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용어와 '된장녀''김치녀'와 같이 여성 혐오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어들을 가사 소재로 자주 사용한다. 일부 뮤지션과 리스너들은 여성들의 불쾌함은 무시한 채 "음악에 윤리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냐"며 여혐 음악을 소비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성 혐오란 주제를 너무나 단순하게 받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여성 혐오 소재를 사용해 음악을 만들어낸 아티스트에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 아이돌은 물론, 심지어 같은 여성까지 여성을 어떤 식으로든 불합리하게 대상화하는 노래를 발표해 논란을 야기했다.

 

블락비 피오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멤버 피오의 앨범인 믹스 테이프 'P.o volume.1 ; To.bitch'에는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로 인식하는 가사가 수두룩하다.

제목부터 여성을 비하하는 욕인 'Bitch'가 쓰였고, "대굴빡에 든 게 뭐니 bitch/ 성형 빨 명품 백에 심취/ 학창시절 유명한 일진/ 그래봤자 지금 클럽 가는 기집" 등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이 곡에는 그 외에도 "술 먹고 눈뜬 곳은 모텔/ 그러타면 내일모렌 호텔/ 별명은 내가 지어줄게/ 나이 많은 명품 걸레 어때?"라는 노골적인 성적 비하 가사도 들어 있다.

 

블랙넛

지난해 '쇼미더머니4' 출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던 래퍼 블랙넛은 언제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설정한 뒤 비틀린 애착을 드러내며 여성 혐오적 가사를 쓴다. 문제는 이러한 가사가 바로 그의 '셀링 포인트'라는 것.

블랙넛이 과거 발표한 '졸업앨범'이나 '친구 엄마' 등은 정상적인 사고 내에선 용인할 수 없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졸업앨범'에선 동창생을 강간하고 살인하는 내용을, '친구엄마'에선 원색적인 가사로 친구 엄마에 대한 성적 욕망을 표현하며 직접적인 성적 묘사를 했다. 

 

제이스

여혐 가사 논란은 대부분 남성들로부터 비롯되지만, 일부 여성 뮤지션에게서도 발견된다. 여성 래퍼 제이스의 '성에 안차'는 소속사 브랜뉴뮤직 측이 발매 이전부터 "김치녀를 향한 강렬한 저격곡"이라고 곡을 소개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노래는 외모를 무기 삼아 남자들을 마치 현금지급기처럼 이용하는 여성들을 꼬집고 있지만, 여성 전체를 향한 비난이 아니냐는 확대 해석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제이스는 "왜곡된 해석이며, 나는 당당한 여성을 지지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라며 해명했다.

 

bro

발라드 가수 또한 대놓고 여성 비하를 목적으로 둔 노래를 발매해 입길에 오른다. 가수 bro는 노래 '그런남자'의 가사를 통해 결혼 비용을 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을 의미하는 '김치녀'를 비꼬았다.

'재벌 2세는 아니지만 키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인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등의 가사는 한국 여성이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연애를 원한다는 여성 비하의 의미를 내포한다.

 

사진 : CJ E&M

중식이 밴드

인디밴드도 여성 혐오가 넉넉히(?) 들어간 노래로 몰매를 맞았다. 중식이 밴드의 '야동을 보다가'는 4.13총선 직전 정의당 테마곡으로 선정돼 더 주목 받은 노래지만, 전 여자친구가 나오는 리벤지 포르노(악의적인 의도로 유포시킨 연인 간의 성관계 영상)를 우연히 발견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 비판을 받았다.

노래는 여성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성형'을 하는 세태 역시 풍자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설명조차 없기 때문에 단순히 여성만을 공격하는 가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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