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종영한 JTBC ‘싱어게인’은 무명가수 이승윤-이무진의 스타탄생으로 화제가 된 음악경연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 ‘33호 가수’로 나온 19년차 베테랑 유미는 매 라운드 힘겹게 문턱을 넘었다가 결국 톱6에조차 오르지 못한 채 탈락했다. 그럼에도 그의 무대는 늘 화제였다. 자신의 히트곡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별’을 비롯해 '불꽃처럼' '너였다면' '숨' '개여울' '바람기억' ‘비나리’ 등 다채로운 곡을 통해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발산했다.

사진=JTBC '싱어게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심사위원진 사이에서조차. 밀레니얼 심사위원 규현·송민호는 "지렸다"는 속어를 동원하며 격찬했고, 작사가 김이나는 "33호님에게 필요했던 딱 하나는 기세다. 기세라 함은 33호님을 그리워한 많은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저 역시 33호님의 기세 중 하나다"라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일 뿐이라고 따뜻한 찬사를 이어갔다.

반면 유희열은 "이미 너무 완성형이다"란 평가로 에둘러 비판했고, 이선희는 "보컬리스트로서 과도기다. 감정 표현이 데뷔 때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고 혹평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넘사벽 가창력에 美친 고음"과 "올드한 창법...불편할 정도로 과도한 감정"이란 평가가 공존했다.

불과 3개월 만에 MBC ‘복면가왕’에 ‘5월의 에메랄드’ 가면을 쓰고 등장한 유미는 ‘싱어게인’의 초라한 성적을 무색케 하듯 가왕 3연승을 질주하는 중이다. 듀엣 무대인 ‘귀로’에서부터 시작해 박정현의 ‘미아’, 이승환 ‘그대가 그대를’로 가왕 왕관을 쓰더니 박효신 ‘야생화’, 2NE1 ‘컴백홈’으로 3연승에 성공했다.

단 한표차로 승패가 갈린 3연승 무대에서 49년차 디바 이은하(단발머리 소녀)는 "정말 테크닉이 좋더라. 죽을 때까지 배우듯이 이런 후배가 있었네,라고 느껴지며 감동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판정단 석에 앉은 가수 및 연예인들은 에메랄드의 무대마다 ”정말 잘한다“ ”숨을 못 쉬겠다“고 감탄한다. 신흥 독설가인 가수 박선주나 꼬장꼬장한 방송인 김구라조차 입을 딱 벌린다.

사진=MBC '복면가왕'

3개월 사이에 가면을 뒤집어썼다고 유미가 거미가 되진 않았을 터. 그는 바뀌지 않았다. 늘 그 목소리와 창법, 곡 해석력으로 무대를 지켜왔다. 다만 프로페셔널 가수에게 선곡과 그날의 컨디션이 완성도 높은 무대 여부를 결정짓는 ‘한끗’이 되듯 ‘싱어게인’ 출연 선택은 틀렸고, ‘복면가왕’은 맞았다.

이선희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만의 컬러(일명 ‘조’)와 옛날 감성을 상대에게 버젓이 평가질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았다. 반면 ‘복면가왕’은 편견 없이 한 보컬리스트의 가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했다.

감정에 깊이 몰입하느라 지어지던 일그러진 표정이 감춰짐으로써 ”감정과잉“ 평가가 쏙 들어갔다. 대신 허스키하면서 처연한 느낌의 음색부터 가공할 성량과 파워, 단전에서 끌어올려 터뜨리는 하이피치,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테크닉이 극대화됐다. 그럼으로써 그가 ‘고음 퀸’ 소향, ‘R&B 디바’ 박정현·거미, ‘파워보컬’ 손승연·에일리 등과 또 다른 진하고 다크한 여성 보컬리스트의 영역에 우뚝 서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 기사는 MBC ‘복면가왕’ 5월의 에메랄드 가수가 유미라는 전제 아래 쓰여졌습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