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누구도 쉽게 다가서지 않는 양종훈을 누구보다 위하고 생각해준 사람이 바로 김은숙(이정은)이었다. 그리고 극중 관계처럼 실제로도 이정은과 김명민은 ‘로스쿨’을 통해 가까운 동료로 발전했다.

“김은숙 교수는 유일하게 양종훈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양종훈의 외로움, 슬픔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죠. 그리고 실제로 이정은이라는 사람이 그랬어요. 첫 술자리에서 저의 이야기를 다 하게끔 만드는 마력이 있었어요. 처음부터 서슴없이 누나라고 불렀어요. 제게 배즙, 석류즙 등 많은 몸에 좋은 보양식을 챙겨줘서 더 친근하죠. 오랜시간 같이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통한다고 표현해야할 거 같아요. 전부 다 동화돼서 가족같이 연기를 했어요”

‘베토벤 바이러스’ 지휘자 강마에, ‘하얀거탑’ 외과의사 장준혁 등 유독 전문직 역할을 많이 맡아왔던 김명민. 가장 어려웠던 전문직을 꼽아달라는 말에 그는 “다 어려워요”라며 “그 순간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요”라고 털어놨다.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직업적 특성을 연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도 관건이었다.

“작품이 너무너무 어려웠어요. 가족과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 휴대폰으로 클립 영상을 보는 세상이잖아요. 사건들을 하나 파헤쳐가면서 봐 줄 시청자들이 있을까 싶었어요. 제가 얼만큼 어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제가 하기에는 버거운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역으로 감독님한테 이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분은 감독님 밖에 없습니다 했어요. 연출이 정해지기 전이었거든요”

그리고 양종훈을 흡수하기까지 무려 1년이 걸렸다. 엄청난 양의 대사를 롱테이크로 소화해내는 김명민의 모습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계에 오기까지 대본에 나오는 법률용어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완벽하게 ‘이해’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초반에는 솔직히 이 대본을 이해하고,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버거운 시기가 있었어요. 작가님의 의도가 이미 드러나 있지만 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간극을 좁혀가는데 몇개월의 시간을 보낸 거 같아요. 대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난 이 드라마를 할 수 없다 싶었죠. 또 인물들간 유기적인 관계들, 과거와 현실이 교차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합을 맞춰야할지 공황 상태에 빠졌어요. 그렇게 맞춰간 부분이 거의 1년이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스쿨’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명민 말대로 “시청률은 하늘의 뜻”처럼 예측이 어렵고, ‘로스쿨’처럼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작품들은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이 드라마에 뛰어들었다. 끝으로 ‘로스쿨’이 어떤 작품으로 남았는지를 물었다.

“제가 법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는 순간이 많았어요. 따분한 법조물이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에게도 충분히 전달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르 안에는 철저하게 치열하고, 경쟁을 통해 뭔가를 이루어내려는 로스쿨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잖아요. 그들을 통해서 사회적인 이슈를 투영시키면서 많은 부분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어요. 배우로서 뭔가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이 굉장히 큰 작품이었어요. 그 여운도 굉장히 길게 남을 거 같고요. 살아가는 동안에 비슷한 문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로스쿨’ 생각이 날 거 같습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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