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더운 날엔 밤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왜 유독 여름밤은 짧은 건지, 아쉬움만 남긴다. 그래서 유독 밤만 되면 이어폰으로 손이 가나보다. 야심한 밤만 되면 자꾸 떠오르는 노래들은 오늘도 별처럼 귓가를 아름답게 두드린다.

 

사진출처= 루싸이트 토끼 페이스북

1. 루싸이트 토끼 - 북치는 토끼

개인적으로 밤 11시쯤 느즈막히 집에 들어가는 날 이 노래를 듣곤 한다. 아쉬웠던 하루에 대한 후회로 혹시 내일은 태양이 하루 쉬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녹아있다. 노래에 등장하는 ‘태엽감는 토끼’가 왠지 이제 집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내 모습과 같아서 더욱 서글프다. 그래도 하루쯤 나이 먹는 건 괜찮겠지?

 

2. 윤하 - 편한가봐

이 노래에 잠깐 언급되는 ‘골목을 돌아 혼자 집에 오는 길, 별 하나 나를 내려보네’ 하는 가사가 유독 깜깜한 밤에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 거기에 곡의 도입부 잔잔하게 펼쳐지는 윤하의 목소리와 일기장에나 쓸 법한 정직한 가사가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괜히 옛 연인을 떠올리며 센치해지는 새벽 2시의 감정을 오롯이 담고 있다.

 

3. 러브홀릭 - Rainy Day

옥구슬 굴러가든 섬세하게 가슴을 굴러다니는 보컬 지선의 목소리는 참 많은 생각을 품게 한다. 처마 끝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비의 감각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감탄을 불러온다. 요즘 뭔가 힘든 일이 있었다면 그래서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다면 이 노래를 꼭 들어보자. ‘하늘도 함께 울어주고 있다’는 가사가 왠지 모를 힘을 준다.

 

4. 요조 -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밤이 꼭 굳이 아프고 센치한 때는 아니다. 다가올 아침을 향한 희망이 숨어있는 설레는 시간일 수도 있다. 이 곡은 학창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 같은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다. 요조 특유의 유아틱한 음색이 이상순의 안정적 기타선율과 어울렸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은하수를 바라보는 느낌이 이럴까? “어딘가 정말로 영원이라는 정류장이 있으면 좋을텐데”

 

5. 꽃잠프로젝트 - 그대는 어디 있나요

이 팀의 이름도 하필이면 꽃잠프로젝트다. 정말로 노래를 듣다보면 좋은 꿈처럼 기분이 방방 뜨는 걸 느낄 수 있다. 보컬 김이지의 섹시한 듯 상큼한 목소리는 감은 눈 안을 꽃길처럼 만들어주는 마력이 있다. “그대는 대체 어디 있나요?” 하는 가사를 듣다보면 나도 몰래 “아... 저 여기 있어요”라 중얼거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6. 가을방학 -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밤에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 보면 정말 말 그대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전화나 카톡조차 예의가 아닌 늦은 밤. 머릿속에선 ‘낮에 그 사람이 대체 왜 그랬지?’ 생각하며 혹시 마음이 떠난 건 아닐지,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닐지 고민하곤 한다. 당장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시간의 한계. 이 노래는 담담하게, 그러나 불안하게 진심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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