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년 국방부에서 진행했던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 조사 때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 사건의 축소·은폐에 관여한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사진= MBC뉴스 영상 캡처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과거 사이버사 의혹 수사를 총괄한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예비역 소장·구속)으로부터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수사방향을 직접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정치 관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끝난 배경에 김 전 장관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김 전 장관의 새로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11월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며 '조직적 대선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검찰과 군 검찰은 당시 사이버사령부 요원과 군 수사본부 수사담당자 등 다수의 관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은폐하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왔다. 실제 한 수사관은 "윗선의 지시로 문재인·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한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사이버사 요원의 진술을 확보하자 당시 수사본부 부본부장이었던 권모 중령으로부터 "분위기 파악을 못 한다"라는 질책을 들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 13일 권 전 부본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수사본부장 김모 대령과 백 전 조사본부장 등 당시 수사 지휘부 모두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백 전 본부장이 2013년 하반기 청와대를 찾아가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와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구속 문제를 논의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무렵 군 수사본부가 이 전 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으나, 청와대 회의 이후 이를 번복하고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튼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수사 흐름상 중요한 고비에서 김 전 장관이 'BH(청와대) 얘기를 듣고 가자'고 지시해 수사의 흐름을 끊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백 전 본부장 등을 상대로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실을 은폐한 정황을 추가로 조사하는 한편, 늦어도 내달 초 김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법원의 구속적부심사를 받고 11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없고 범죄 성립의 다툼 여지가 있다"며 석방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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