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부산 초원장 살인사건의 진범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2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2003년 부산 영도구 초원장 미제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그해 8월23일 밤, 초원장 3층 룸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칼에 찔리고 베인 채 발견된 사람은 32살의 성매매 여성 주희(가명)씨였다. 10군데 자상 흔적이 있었고 찌른 다음 다시 힘을 줬다. 목과 심장을 찌르기도 한 잔혹한 범행이었다.

경찰은 방안에서 범행에 사용된 피 묻은 과도, 남성용 100사이즈 팬티와 티셔츠, 미끄럼 방지 양말, 값싼 시계와 안경을 발견했다. 남겨진 혈액은 O형이었다. 여관을 찾은 30~40대 초반의 남자는 성매매 여성을 요구한 후 306호로 올라갔고 여관 주인은 알선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10분 뒤 주희씨가 여관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이 남긴 흔적은 많았으나 15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유는 결정적 단서가 없는데다 그가 남긴 DNA의 정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건 범인이 나이가 든 여자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성관계 흔적도 발견됐다. 정황들을 살펴본 후 프로파일러들은 성관계 후 벌어진 우발적 범죄로 봤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의 키는 170cm 정도였다.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과잉 살상을 한 이유는 오래 가지고 있던 열등감을 건드렸을 가능성이 높다. 순간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격정적 공격을 보이는 사람의 경우에는 평소 조용하고 말없고 존재감이 없는 사람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성적 열등감을 지적받거나 무시당하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또한 특이하게 당시 사건 과학수사관에 따르면 용의자의 티셔츠에서 땀 냄새의 쉰내와 독특한 악취가 났다. 이를 단서로 제작진은 범인의 흔적을 추적했다. 부산 영도에는 선원들이 많이 밀려들곤 한다. 인근 3개의 항구 중 남항은 사건 발생지와 멀지 않았다. 어시장 관계자는 범인이 남기곤 과도를 두고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원들이 주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당일 오징어 채낚기 입항 기록이 남아있을 어민협회와 해경 쪽 자료는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

 

 

제작진은 앞서 몽타주를 내걸고 제보를 받았는데 전화를 걸어온 한 제보자는 사건 발생 무렵 영도구에서 두 차례 몽타주와 비슷한 인상착의의 범인과 골목에서 맞닥뜨려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건 뒤 범인이 총총거리며 걸어 나갔다고 경찰에 진술했던 여관사건 목격자 김씨는 그 이후에도 범인을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도 지리를 잘 알고 배를 타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찰대 교수는 "제보하신 분과 같은 피해를 당한 또 다른 여성이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경찰의 초동수사 당시 그 지역 피해자 제보를 받았다면 범인을 검거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았을까 아쉬워했다. 또한 주희씨가 살해당한 직후 소식을 들은 성매매 알선업자는 여관 주인 부부에게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숨겨달라고 말했고, 여관 주인 부부는 전화기를 감춘 채 거짓 증언을 했다. 자신들의 범행을 감추려 급급하지만 않았다면 사건은 초기에 해결 됐을 수도 있다.

지금쯤 중년의 나이가 됐을 범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본성을 감춘 채 평범하고 조용하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범인의 몽타주를 공개하며 "이 얼굴을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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