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기예능 ‘집사부일체’가 '대선주자 특집'으로 유력 정치인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석 연휴인 지난 19일 저녁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부’로 등장했다.

그는 '집사부일체' 멤버들에게 김치찌개, 불고기, 달걀말이를 직접 요리해주는가 하면 성대모사, 랩과 노래를 하는 등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을 어필했다.

검찰총장을 박차고 나와 곧장 정치권으로 입문한 과정을 설명했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관련 비판 목소리는 발붙일 틈이 없었다. 권력과의 길항, ‘추-윤 갈등’, 대권도전 이유, 대통령 후보로서 정치경험 부족과 같은 민감한 정치적 소재나 사법시험 9수와 같은 개인사는 뚝심과 인간미란 포장지로 품어졌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7.4%(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었다. 전주 대비 2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오는 26일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연할 예정이다. 여야 유력주자를 안배함으로써 기계적 균형을 꾀한 모습이다.

먼저 SBS와 ‘집사부일체’ 제작진의 선택에 입맛이 씁쓸하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여야 후보를 출연시키는 게 적절치 않아 보여서다. 각 후보들은 현재 소속당 내 ‘원픽’을 위해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유력 정치인이 인기 있는 지상파 방송사 예능에 출연하면서 얻는 효과는 계량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이미지 세탁’이란 용어가 거론될 만큼. 따라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내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송이 인지도나 지지율에 따라 유력 후보와 그렇지 못한 후보들의 서열을 나누고, 특혜를 주는 모양새는 시대적 화두인 ‘공정’에 위배된다.

출연 시기도 오해를 자초했다. 비대면 명절이라 ‘집콕’하는 이들이 많은 추석연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콕’ 찍어 편성함으로써 불공정-편파성 논란을 유발했다.

두번째로 예능의 속성상 유권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민감한 주제는 실종되고 의례적 덕담만이 오가게 마련이다. 윤석열 전 총장 편에서도 자신을 거듭 중용한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이유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해 ‘장모-아내-본인’ 관련 논란들에 대해서는 일체 다뤄지지 않았다. 하다못해 기혼인 대선주자의 자택을 방문했는데 퍼스트레이디 후보인 아내(김건희씨)가 등장하지 않는 풍경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결국 ‘윤 후보의 8전9기 인생을 미화하는 수준을 넘지 못한 채 한 검사의 인생 성공담을 나누는데 그쳤다’(미디어오늘)는 혹평이 나오기까지 했다.

정치인들이 혹독한 검증의 칼날을 피하는 방편으로, 이미지 정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는 중이다. SBS를 포함한 방송 제작진의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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