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영화계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제 26회에서도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한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저예산 독립영화들이지만 신인 감독, 배우들의 열정 가득한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의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또한 '성장'이다. 이에 성장담을 소재로 한 작품 속 성장을 꿈꾸는 영화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둠둠' 속 이나처럼...꿈과 현실 속 성장 꿈꾸는 정원희 감독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초청작 '둠둠'은 미혼모인 이나(김용지)가 힘든 현실 속에서도 디제잉에 대한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정원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정 감독을 완전한 신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04년 영화 '주홍글씨' 연출부를 시작으로 제작부, 연출부, 단역 출연까지 약 15년간 꾸준히 영화계에서 활동했다. 중간에 프랑스 파리로 영화를 공부하러 떠났고, 단편 '프랑소와' '벨빌'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둠둠'을 만든건 음악에 대한 관심이 출발점이었다. 특히 영화 속 디제잉을 소재로 한 부분이 흥미롭다.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정 감독은 "디제잉은 내가 주도하게 되는 음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인공이 돼서 결정할 수 있다는 부분. 그런것에서 출발을 했다. 그리고 이런걸 꿈꿀 때 발목을 잡는 존재들. 그런 두 세계를 따로 또 같이 만들어내고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둠둠'도 고민과 갈등 속 불완전한 인간의 성장담이다. 미혼모이자 정서적으로 불안한 엄마를 돌봐야하는 딸. 동시에 자신의 꿈을 펼치고픈 욕망. 두 세계의 충돌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다. 다만 꾸준히 반복된 이야기인 탓에 새로움을 주기는 어렵다. 정 감독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다. 대신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신선함을 전하고자 시도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나아갈지 선택을 하고 그걸 따라가는 이야기죠. 인생은 결국 선택에 대한 길이잖아요.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정답은 없지만 계속 갈등을 하면서 살아가죠. 그런 것들에 대한 공감대를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보편적인 가족, 모녀 이야기이기도 해요. 거기에 전자음악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면서 차별화를 가져가고 오감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조명이나 색도 많이 활용했고 음악작업, 사운드 작업도 많이 했고요. 또 인물이 침착하고 조용한 스타일이지만 이미지로 내면을 간적접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물론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긴 해요"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 노력과 성공이 별개인 영화감독들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이야기다. 정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불어통역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면서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경험 역시 '둠둠' 속 이나에게 반영됐을 터다.

"꿈과 현실에 대한 부분은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갈등이죠. 음악을 하려는 이나의 여러 갈등 중 하나로도 작용한다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영화라는 꿈을 꾸면서 현실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고 현재도 노력하고 있거든요"

신인 감독으로서 마주한 장편 영화 제작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탓에 늘 쫓기면서 촬영해야 했다. 당연히 디테일한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 때문에 정 감독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함께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부족한 부분도 많았지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디딘 정원희 감독. 그가 영화를 계속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한국영화계에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지 들어본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영화를 하는 이유는 제가 영화를 통해서 너무 많은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에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과 가치들,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고민들. 아직은 미숙하지만 저도 제가 느끼는 이런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하고 싶어요"

"코로나가 끝나도 이미 다들 다른 플랫폼에 익숙해졌잖아요. 물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게 좋지만 변화에도 익숙해져야한다고 생각해요. 하고자하는 이야기만 지킨다면 표현수단이 바뀌어도 충분히 가능할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사진=싱글리스트DB,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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