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아닌데 무섭고 서늘하다. 아마도 영화 속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실화라는 이유 때문일 터. '침묵의 숲'은 침묵하는 어른들과 침묵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의 비극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침묵의 숲'은 대만 청각 특수학교에 전학을 가게 된 창청(트로이 류)이 베이베이(버피 첸)라는 소녀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고 그를 구하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1년 대만의 한 특수학교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뒤얽혀 300여명의 피해자를 낳았던 이른바 '대만판 도가니'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침묵의 숲'에서는 침묵에서 시작된 범죄가 들불처럼 번지게 되는 비극을 그려낸다. 학교의 이미지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아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했던 어른들. 그들의 침묵은 아이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고 스스로 진실을 감추고 침묵하게끔 만든다. 그렇게 삭힌 울분과 분노는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는 악순환을 자아내고 더욱 끔찍한 혼돈을 초래한다.

극중 가장 놀라움을 안겨주는 부분은 다른 학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도 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베이베이의 모습이다. 심지어 다음날 웃으며 같이 축구를 하고 그들을 감싸주기도 한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학교가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학교 밖에서 농아인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가운 시선 때문이다. 성범죄를 당하지만 나와 같은 이들이 모여있는 학교, 범죄에서 벗어나더라도 멸시하는 시선을 견뎌야하는 바깥의 세상. 그들에게 과연 어디가 더 무서운 곳인지, 깊게 곱씹어보게 만든다.

극중 범죄를 주도하는 가해학생 샤오광 역은 한국 배우 김현빈이 맡았다. 이번 작품으로 제15회 아시아필름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쳐보인다. 악마같은 미소를 띈 표정부터 남모를 비밀에 고통받는 모습까지, 다각도로 표현해냈다. 

그가 왜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그는 괴물인 것인지. 그의 관점에서 영화를 다시금 바라본다면 한층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러닝타임 1시간43분, 청소년관람불가, 11월4일 개봉.

사진=영화 '침묵의 숲'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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