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의 수목금토를 책임진 드라마 ‘멜랑꼴리아’(극본 김지운·연출 김상협)와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극본 제인·연출 이길복)이 신파 저격과 재미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각각 수학과 패션이란 소재를 내건 두 작품은 극 초반 빛바래거나 요즘 현실에 맞지 않는 설정으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수학과 패션에 삶을 빗댄 낭만 서사, 흥미로운 전개와 캐릭터를 연기하는 남녀 주연배우들의 저력으로 재미지수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tvN 수목드라마 ‘멜랑꼴리아’는 2002년 김하늘·김재원 주연 ‘로망스’ 때부터 우려내온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란 금기를 건드렸다. ‘지헤중’은 과거 연인의 남동생과의 사랑 그리고 양가의 극렬 반대를 깔았다. 진부하고 위험하단 회초리를 맞을만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각각 ‘본격 로맨스는 졸업과 성인이 된 뒤’ ‘이복형제’란 안전장치로 비윤리적 막장 논란을 슬쩍 피해갔다.

‘멜랑꼴리아’에서 수학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인 지윤수(임수정)와 백승유(이도현)는 지적 교감을 나누던 스승과 제자를 벗어나 성인 남녀로 재회해 멜로 텐션을 그려가고 있다.

사진=tvN '멜랑꼴리아' 방송캡처
사진=tvN '멜랑꼴리아' 방송캡처

제자와의 스캔들로 인해 학교에서 쫓겨난 뒤 수학에 대한 열정을 상실해버린 지윤수가 제자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성장한 승유로부터 자극을 받아 낭만과 생기 넘치던 과거로 되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진심을 외면한 채 끊임없이 밀어내는 윤수, 솔직한 고백과 함께 윤수를 향해 다가가는 승유의 저돌성은 밀레니얼-Z세대의 톤 다른 사랑법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여기에 추악한 학원 권력을 향한 두 사람의 투쟁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어우러지며 몰입을 유도한다.

밤새 풀리지 않는 문제를 풀며 불안과 고통, 희열을 순수하게 즐기는 것은 수학이나 인생이나 다를 바 없다. 이렇듯 사랑과 인생, 수학의 해법을 교묘하게 직조하는 맛깔난 대화, 노련한 임수정과 풋풋하고 당찬 이도현의 케미도 나이차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SBS 금토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서 패션디자이너 하영은(송혜교)과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윤재국(장기용)의 로맨스는 한층 깊어졌다.

사진=SBS '지헤중' 방송캡처
사진=SBS '지헤중' 방송캡처

첫눈에 끌려 원나잇 스탠드로 출발한 둘의 인연은 이미 10년 전 파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단지 어긋났을 뿐. 10년 전 죽은 영은의 전 연인 윤수완(신동욱)이 윤재국의 이복형임을 알게 됐다. 고민이 일렁였지만 결국 두 사람은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라가기로 했다.

최근 방송분은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의 연속 등장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10년 전 하영은을 만나러 오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수완의 약혼녀 신유정(윤정희)은 영은에게 저주를, 수완의 친어머니 민여사(차화연)는 자살테러(?)식 협박을 가한다. 영은의 어머니(남기애)도 재국에게 혼외자식이라는 모진 말을 꺼내 둘의 사랑을 멈추게 하려 든다.

21세기 가족해체 시대에 성인남녀의 사랑을 부모가 나서 좌지우지하려는 발상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10년 전에, 결혼한 것도 아닌 고작 2개월 사귄 것을 두고 이 모양이니 현실성은 더더욱 떨어진다. 그것도 한때 약혼녀였거나 별반 재국을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은 계모가 이러니 작가가 빌런을 만들 작정을 하고 띄운 캐릭터이지 싶다.

그나마 시청자들이 속 터지지 않는 이유는 영은이 돌직구를 서슴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이며 재국 역시 주변 사람들 말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견고한 내면의 자유로운 영혼이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두 사람은 “나한테 너는 끝까지 사랑이야”라고 진심을 전했다. 버석거리는 과거, 주변 사람들과 헤어지는 중인 남주-여주 캐릭터를 원숙함이 절로 느껴지는 송혜교와 보기 드물게 다크한 청춘스타 장기용이 매끄럽게 스타일링하고 있어 관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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