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골때녀'가 편집조작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프로그램 폐지도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출연진들의 노력마저 폄하할 수는 없기에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은 마땅해 보인다.

지난 24일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측은 스코어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꿔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종 스코어에는 변함이 없지만 득점 순서를 편집으로 조작하며 극적인 재미를 추구했던 것. 경기 결과에 대한 조작은 아니었지만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하기에 충분히 비난받을 행위였다.

제작진은 사과 이후에도 조작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SBS 측의 대처는 적절했다고 본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든 실제와 다른 내용을 전달했다는 건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사과와 함께 담당자를 문책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겠다는 심산으로 무조건 폐지를 결정했다면 오히려 무책임한 태도였을 것이다. 제작진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출연진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꼴이 되니 말이다.

현재 '골때녀'는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꾸준히 상승세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골때녀' 시청률은 7~8% 대를 유지하다 지난 22일 9.5%까지 치솟았다. 인기의 비결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도전이다. 

생전 처음 공을 차보는 이들이 발톱이 부러지고 피멍이 들면서까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실력은 회차가 진행될수록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전해지는 재미와 감동이 '골때녀'의 최대 무기다. 여성 중심 예능, 여자 축구의 부흥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뒤따랐다.

시즌2 리그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팀당 1라운드 씩을 치른 가운데 사건이 터져버렸다. 만약 이 시점에서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폐지를 결정했다면 '골때녀'의 모든 팀원들과 감독들의 수개월간의 노력은 그대로 사라지는 꼴이 된다. 또한 '골때녀'를 사랑하던 시청자들의 즐거움마저 강탈당하는 셈이니 여러모로 득될 것이 없다. 

실망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다시 제작진의 몫이다. 사실 축구경기는 꼭 치열한 스코어가 나와야 재밌는 건 아니다. 가장 재밌다는 3대2 펠레스코어 뿐 아니라 1대0, 5대0 심지어 0대0까지도 선수들의 투지만 보인다면 팬들은 열광한다.

향후 재개될 '골때녀'에서는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출연진들의 노고만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그 어떤 스코어라도 사랑받을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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