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소년이 K사극 ‘신예 킹’으로 우뚝 섰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선택했다. 카리스마와 반듯함, 섹시미, 코믹함까지 담아낸 이준호표 이산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사극 남주의 탄생을 알렸다.

비극적 가족사를 지닌 까칠한 왕세손 이산이 열정 넘치는 젊은 왕이 되고, 성군이라 불리는 제왕이 되기까지 수십 년에 걸친 이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감미로운 중저음 목소리, 안정적 발성과 딕션을 바탕으로 인간 이산의 고통과 연모, 고독함을 그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관통했다.

17살이던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에서 6500대 1의 경쟁을 뚫고 우승했다. 귀여운 눈웃음과 춤 실력으로 ‘리틀 비’라는 애칭을 얻었다. 당시 탈락한 택연, 찬성과 함께 '짐승돌' 2PM으로 데뷔했다. 팀 내에서 리드보컬과 메인댄서를 맡았던 그는 당시부터 ‘노력의 아이콘’으로 인정받았다. 이를 자양분 삼아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재능을 한껏 발휘했다.

고교시절 학교 연극부에서 활동하며 연기 활동의 문을 열었다. 2011년 단편영화 ‘안녕’에 출연한 이후 2013년 본격적인 영화 데뷔작 ‘감시자들’에서 다람쥐 역을 맡아 재기발랄한 캐릭터의 특징을 십분 살려 안정적 연기를 펼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5년 청춘영화 ‘스물’에서 김우빈, 강하늘과 함께 첫 주연을 맡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꿈인 미술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강동우 역을 맡아 흥행에 공을 세웠다.

2015년 무협멜로 '협녀, 칼의 기억'에서 무사 율 역으로 출연했다. 주연 여배우 전도연은 “웃으면 소년 같고 가만히 있으면 서늘하다. 캐릭터와 닮아있다”며 그를 감독에 추천했다.

2016년 안방극장에 입성, tvN 금토드라마 ‘기억’에서 대형로펌의 까칠하면서 숨은 조력자 역을 마다않는 변호사 정진으로 시청자에 다가갔다. 2017년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는 우려와 달리 안하무인이지만 마냥 밉지 않은 악역인 서율 역에 잘 녹아들며 먹소(먹보 소시오패스) 애칭을 얻었다.

이어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선 건물 붕괴사고에서 생존했지만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이강두 역할을 맡았다. 간단치 않은 캐릭터임에도 잘 녹아들며 호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에선 까칠한 중식 셰프이지만 주방 밖에서는 귀여운 연하남인 남주 서풍으로 분했다. 이듬해 tvN 장르물 '자백'에서 사형수 아버지를 둔 변호사 최도현을 연기했다.

심장병 탓에 외면은 연약하지만 속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현명한 청년 변호사를 깊이 있게 소화하며 훌륭하게 연기하며 찬사를 끌어냈다. 2019년 영화 '기방도령'에선 기방에서 나고 자란 남자기생 허색으로 코미디 사극연기에 도전했다.

그러고 보면 지난 16년 동안 ‘옷소매’ 속 덕임(이세영)을 향한 산의 대사처럼 가요와 드라마, 영화의 여울목마다 언제나 이준호가 있었다. 벼락스타도 존재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담금질해온 이들의 생명력은 길 수밖에 없다. 꽃미남 비주얼 대신 다양한 색을 덧입힐 수 있는 외모에,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벼려온 풍부한 표현력의 올라운더에게 2021년 계절의 끝동, 시청자들은 휘.둘.렸.다.

사진=MBC '옷소매 붉은 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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