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이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새 역사를 썼다. 1년여가 흘러 배우 오영수가 한국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각각 75세와 78세의 관록을 자랑하는 노장들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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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수상한 이유는 작품, 감독, 메시지, 한류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터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발효시킨 살 떨리는 연기력은 당연하다. 해맑은 아이 같다가도 연륜이 묻어나는 노인으로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미국으로 이민 간 딸네 집을 찾은 유니크한 순자 할머니, 생존게임에 참가한 001번이자 뇌종양을 앓는 반전할배 오일남으로 전세계 관객을 매혹했다. 깊은 울림과 예상치 않은 극중 반전은 모두 이들의 몫이었다.

연기경력 56년의 윤여정은 그간 30여편의 영화, 60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배우들의 배우’다. 59년차 배우 오영수는 연극무대를 지켜온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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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친구를 따라 극단 광장 단원에 들어가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는 그는 지금까지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는 23년간 국립극단을 지키며 40∼60대를 보냈다.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았다.

제79회 골든글로브 낭보가 들린 날,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면서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사진=골든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100세 시대, 세계가 우리 속으로 들어온 지금, 노장들의 액팅은 더이상 ‘투혼’이란 거창한 수식어를 거부하는 듯 보인다. 정년 없는 직업인으로써 이제껏 해왔던 대로 '일'하고, 일상의 흔적을 묻혀가며 세계인이 지켜보는 플랫폼에서 넉넉한 품새의 플레이를 할 것이다. 더욱이 든든한 것은 우리에겐 윤여정-오영수의 옆과 뒤에 선 뛰어난 노년·중년의 배우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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