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릴 법도 하건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10여 년이 넘도록 각 방송사의 시청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콘텐츠(참가자) 덕분일 터다. “더이상 있겠어?”란 예측을 비웃듯 매번 실력과 열정을 탑재한 빛나는 원석이 등장해 시청자를 매료시키곤 한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도 예외는 아니다. 1위에 오른 23년차 무명가수 박창근(50)과 3위를 차지한 무명시인 이솔로몬(29)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자기장이 쉬 잦아들 줄 모른다. 아이돌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적잖은 나이의 두 사람은 각각 경북 영주와 대구 출신이다. 대선을 앞둔 시기, 국민의 표를 얻은 ‘오디션계 TK파워’로 우뚝 섰다.

비주류 장르인 포크송 외길을 걸어온 박창근은 ‘길거리 가수’ ‘민중가수’로 궤적을 그려왔으며 ‘국민가수’ 무대를 통해 ‘포크나비’ 별칭을 얻었다.

박창근은 대학시절 노래패에 들어가면서 민중가요부터 포크송, 창작가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99년 1집 ‘Anti Mythos’를 발표했다. 2001년 결성한 밴드 ‘가객’의 보컬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가객’ 2집은 2005년 한국대중음악상 비평가 추천음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무렵까지 박창근은 동대구역 앞 등에서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무장한 채 길거리 공연을 이어왔다.

2017년 촛불정국 당시 집회 초청가수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했고, 이런 경력으로 인해 ‘국민가수’ 방영 당시 일부 네티즌들이 하차를 요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7일 방송된 ‘국민가수’ 첫 회에서 박창근은 고 김광석의 ‘그날들’을 불러 최단시간 ‘올하트’ 기록을 세웠다. 경연 기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타의 참가자들과 달리 ‘완성형’이었기 때문이다. 포크싱어 특유의 서정성과 미성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힘 있는 고음은 조용필·이선희를 연상케 했다.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마주해온 숱한 갈등과 시련이 녹아든 회한과 관조의 정서, 그럼에도 잃지 않은 순수함은 경쟁자들과 마스터, 시청자들의 가슴을 늘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후 최종회인 12회까지 ‘다시 사랑한다면’ ‘미련’ ‘외로운 사람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기다린만큼 더’ ‘알고싶어요’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와 자작곡 ‘엄마’에 이르기까지 순도 높은 무대로 감동을 선사했다.

시인 겸 작가 이솔로몬은 ‘상경부’로 참가, 예선에서 ‘집시여인’을 불러 올하트를 받았다. 8등신 체격과 수려한 마스크, 어정쩡해 보이나 할 건 다하는 반전모습이 단박에 여심을 스틸하며 '집시총각' 닉네임을 얻었다.

매력적인 톤의 중저음임에도 파워풀한 고음을 구사하는 가창력도 발전 가능성이 엿보였다. 팀미션에서는 김동현, 손진욱, 조연호와 함께 아이유의 ‘러브포엠’을 불러 역시 올하트를 챙겼다.

본선 2차전에서는 이주천과 1:1 대결에서 ‘오래전 그날’을 불러 패했지만, 추가합격으로 다음 라운드에 올랐고 팀메들리 미션에서는 ‘숯속의 진주들’이 2위를 차지해 전원합격이 무산됐지만 역시 추가합격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김유하와 맞대결을 펼쳐 노을의 ‘만약에 말야’를 불러 ”무대를 찢었다“란 평가와 함께 결승에 올라 ‘사랑 안해’를 열창했다.

관객들과 마스터들의 합산 점수는 5위였지만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23만표를 얻으면서 3등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에 연연해하지 않는 승부사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버지가 지혜롭게 살라”며 지어주신 이름으로 살아온 이솔로몬은 스무살 무렵 가수가 되고 싶어 상경했으나 좌절, 군입대 후 상사의 제안으로 시인이 돼 대구에서 작품활동을 지속했다. 2020년 7월 출간된 산문집 ‘그책의 더운 표지가 좋았다’는 e-북으로만 구입 가능함에도 구입자들의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뭐지? 진짠가?” 싶은 마음으로 다음 무대를 기다리게 된다. 그러면 여지없이 ‘진짜구나’ 싶은 순간이 나온다“(김범수)란 평가를 들은 이솔로몬은 ‘국민가수’를 통해 시인에서 음유시인으로 거듭났다.

사진=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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