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오(정유미 분)와 염상수(이광수 분), 오양촌(배성우 분)과 안장미(배종옥 분)는 설렘보다 인간적인 배려가 깔린 관계로 묘사됐다. 편부모가정에서 자라온 한정오와 염상수가 이루는 공감, 전우애로 한 이불 덮고 살아온 오양촌과 안장미 부부는 ‘사랑’이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청자에게 다가섰다.

일각에서는 꼭 한정오와 염상수의 러브라인이 있어야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 둘 역시 사람 사는 곳에 응당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낼 뿐이다. 염상수는 한정오에게 구애하며 때로 지질해졌고, 한정오는 최명호(신동욱 분)와 염상수를 두고 저울질하는 현실적인 연애사도 여과없이 그려졌다.

 

♦︎ 정유미 이광수,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연인
 

염상수는 남녀간의 사랑에 서툰 인간이다. 잘나지 않은 외모때문에 번번이 여자들에게 차여왔기 때문. 철벽녀 한정오에게 꾸준히 ‘들이대기’를 시전 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 상처를 받는 전형적인 지질남이었다. 하지만 염상수의 꾸준한 구애는 결국 한정오의 마음을 열었다. 심쿵 멘트나 여자 팔목을 확 낚아채는 이상한 박력이 아닌 진정성이 그의 무기였다.

한정오는 본인이 성폭행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홍일지구대에 알려지는 사건에서 확신을 얻게 됐다. 한정오는 성폭행 사실을 알게된 염상수에게 “넌 내 이야기 듣고 왜 아무 말 안하고, 아무 위로도 안 해줘?”라고 말했다. 염상수는 이에 “너무 슬퍼서 아무런 말도 안 나와. 네가 너무 대견하다고, 힘들었겠다고, 잘 버텼다고 위로해주고 싶은데 너무 슬퍼서 아무런 말도 못 하겠어”라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서 같이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위안은 혼자 비밀을 안고 살아온 한정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갔다.

염상수와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한정오는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선’의 현장에 염증을 느끼고 국비유학을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한정오의 결정에도 염상수는 화를 내거나 생떼를 쓰며 곁에 붙잡아주는 대신 ‘멋지게 보내주기’를 선택했다. 그는 “나 너 기다려도 돼? 가끔 어떤 여자들은 남자 군대가면 기다리잖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종회에는 지금까지 쏟아온 염상수의 사랑이 한정오에게 화답 받았다. 한정오는 총기 사용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염상수를 위해 유학을 미루기로 결심했다. 이어 그에게 “넌 범인을 쏜 거야. 대장님, 선배님 말고. 꼭 기억해. 사건현장에 그 사람들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의자로 구분하는 게 맞다. 넌 범인을 쐈고 피해자와 동료를 살렸다”라고 당부했다. 또 “알지?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있어 외로워하지 마”라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 헤쳐나갈 것을 약속했다.

 

♦︎ 배종옥 배성우, 미지근
 

오양촌과 안장미는 2회만에 이혼 국면을 맞이하는 위기의 부부로 그려졌다. 하지만 한번도 안장미는 오양촌을 버린 적이 없었고, 오양촌 역시 안장미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 안장미가 오양촌과 이혼 선언을 하게 만든건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사랑하던 경찰로서 그의 사명감.

현장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찰이였지만, 집요한 요구에 마지못해 법원에 가서도 안장미가 넥타이를 고쳐매주자 어린아이처럼 가만 서서 기다리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생각해보면 안장미와 오양촌은 서로가 헤어진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오양촌은 조정실에 들어서면서도  “내가 네가 나랑 헤어진 거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 거야 아주”라고 큰소리를 쳤다.

안장미는 오양촌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평생 그녀를 짝사랑해온 은경모(장현성 분)가 틈을 노려 접근해 왔을 때도 안장미는 “나 아직도 오양촌이 좋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양촌이 존엄사로 오래 병석을 지키던 모친을 떠나보내던 날, 안장미는 길잃은 어린아이처럼 잔뜩 겁을 집어먹은 그를 곁에서 위로했다. 다시 집에 돌아와도 좋다는 안장미의 말에 오양촌은 “아니, 따로 살아. 나는 벌 좀 더 받아야 돼”라며 지난 날의 과오를 털어놨다. 이런 오양촌의 모습에 안장미는 “그래도 내 인생에 네가 있다는 건 큰 힘이고 빽이야, 만약에 내 인생에 자기마저 없다면 난 너무 슬플 것 같다”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오양촌 역시 안장미가 억울하게 징계를 받게되자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달려갔다. 무기력해진 안장미의 일상을 같이하며 오양촌은 늘 그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그녀를 돌봤다. 그리고 안장미의 무고를 알면서도 외면한 상관들의 욕을 속삭이며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사진=tvN '라이브(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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