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사랑’으로 지어 국민에게 ‘고통’을 임대해온 재벌 회장님의 민낯이 드러났다.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자산 총액 21조로 재계 16위에 이름을 올린 부영그룹의 성장 비결을 집중 취재했다. 부영이 전국 각지에 지은 '사랑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아파트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입주민들은 곰팡이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심지어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해 거실까지 침범하는 등 끔찍한 일을 겪은 세대도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부영의 '눈 가리고 아웅' 식 태도다. 부영은 역류한 변기 밑동에 백색 시멘트를 대충 발라 보수 완료 처리를 해버렸고, 외벽에 노출된 녹슨 철근에 실리콘을 덕지덕지 발라 가리는 이른바 '땜질' 보수를 하고 있었다. 'PD수첩'이 취재한 부영 아파트의 하자를 살펴본 전문가는 혀를 내두르며 이대로 두면 입주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취재진은 '사랑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에 참여한 협력업체 제보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충격적인 공사 현장 실태를 증언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부영을 '갑질'로 말하자면 건설회사 100군데 중 1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부영은 협력업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공 중간 단계를 과감히 생략하고,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아파트를 지었다.

경기도의 한 부영아파트는 입주 후 8만 건이 넘는 하자 민원이 무더기로 접수될 정도로 당시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취재 결과 서로 부실 책임을 떠맡기려는 지자체와 감리업체의 실상이 드러났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 속에 발생한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각종 민원과 의혹 속에서도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부영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부영은 국가의 땅을 싸게 매입하고 국민의 돈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독식해 부실한 아파트를 지었다. 이후 입주민에게 과도한 임대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며 단숨에 재계 16위까지 올라섰다. 이러한 부영의 전횡에도 국가는 두 손 놓은 채 특정 건설사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중근 회장의 정재계, 학계, 언론계 등에 촉수를 뻗은 막강 파워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아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비선실세’ 최순실의 K-스포츠재단에 7억~8억원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세무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을 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주재한 행사에는 정우택 박주선 이혜훈 등 여야의 유력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찬사를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이 부를 축적한 또 다른 수법을 발견해 검찰 고발까지 강행했다. 사실 확인 결과, 숨겨져 있던 7개 계열사는 이중근 회장의 친인척이 소유주였고, 차명주주로 신고한 이 회장의 회사들도 드러났다. 그 동안 계열사를 누락시키고 차명으로 주주를 등록해 회사를 운용하는 등 교묘히 감시망을 피했던 부영의 이중근 회장에게 검찰은 총 12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 수감했다.

지난 5월8일 이중근 회장의 1차 공판이 진행됐고 그는 4300억원대의 횡령, 배임 등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법원 밖에는 그로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서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진= 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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